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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여사, 안철수 비공개회동때 양측배석자들 대화내용 받아적어

중앙일보

입력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 4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찾아 이희호 여사와 20분가량 비공개 회동에서 나눈 대화가 보도되자 더불어민주당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회동에 배석한 안 의원측 관계자는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꼭 정권교체하세요, 꼭"이라며 "총선에서도 많은 숫자의 의석을 가져가야 하는데…"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추미애 최고위원은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희호 여사님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생 반려자이고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전국 유세를 다닌 분”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당을 안에서 흔들고 밖에서 파괴하려는 세력에게 절대로 힘을 실어줄 리 없다”고 말했다.

더민주측은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보내온 입장을 언론에 배포했다. 이 입장문에서 홍걸씨는 "어머니께 직접 확인한 결과 어머니는 안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했을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어머니 뜻과 다르게 보도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 여사와 비공개로 대화를 나눈 안 의원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여사에게 폐가 될 수 있으니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4일 동교동 예방 직후 “(이 여사가) 앞으로 만드는 정당이 정권 교체를 하는데 꼭 중요한 역할들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기대를 갖고 계시다는 말씀도 하셨다”고 공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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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사와 안 의원의 비공개 회동에는 양측 관계자가 배석했다. 배석자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각자 받아적었다. 안 의원측 관계자는 이날 "4일 비공개 회동의 대화는 동교동측 배석자도 모두 기록했는데, 더민주가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회동에 배석했던 동교동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대화에서 이 여사가 특정한 누구를 지지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며 "비서는 원래 할 말이 없고, 이런 어른들이 하신 얘기를 배석자들이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안 의원과 이 여사의 회동 이튿날인 지난 5일 동교동을 찾아 30분가량 이 여사를 만난 박지원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목포에 있으면서도 자주 연락을 했기 때문에 여사님 마음은 내가 가장 잘 안다"며 "여사님 말씀에 함의가 있고, '벽오동 심은 뜻'이 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벽오동은 전설의 새인 봉황이 깃들인다는 나무로, ‘벽오동 심은 뜻’은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미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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