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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정상칼럼쇼 33회

마크가 본 한국의 북촌 한옥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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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김세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재선
최재선 기자 중앙일보

JTBC '비정상회담'에 미국 대표로 출연 중인 마크 테토(35·미국) 가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비정상칼럼쇼’에서 '박물관이 되어버린 북촌마을'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방송은 지난달 3일 본지에 기고 된 칼럼 ‘[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살아 숨 쉬기에 매력적인 북촌을 화두로 시작됐다. 방송에는 JTBC 비정상회담에 함께 출연 중인 새미 라샤드(26ㆍ이집트) · 카를로스 고리토(29ㆍ브라질)· 다니엘 린데만(29·독일)도 참여했다. 이들은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과 바람직한 북촌마을의 미래 모습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비정상’멤버와의 일문일답 전문.

-마크가 북촌 한옥마을에 대한 칼럼을 썼다. 어떤 내용인가.
마크 “얼마 전 북촌 한옥마을로 이사했는데, 이곳은 정말 매력있는 곳이다. 동네의 매력을 보고 하루 몇천 명씩 관광객이 방문하기도 한다. 이 동네가 매력이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광객 때문에 북촌이 사람 사는 냄새가 빠진, 말 그대로 박물관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최근에 동네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 짐 다 싸고 이사 갈 준비 다 했어. 여긴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시끄러워. 게다가 관광객이 쓰레기도 함부로 버려서 집앞에 쓰레기도 많아’라고 했다. 관광객들이 시끄럽게 굴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이유는 아마 이곳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박물관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듯 하다. 동네 사람은 또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북촌이 인사동처럼 될 거야. 인사동도 원래 사람 사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실제 거주자는 빠지고 관광객만 남은 유령도시(ghost town)잖아’라고 했다. 나도 이 동네를 많은 관광 방문객에게 보여주고 그들과 한국의 멋을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 너무 홍보만 하고 관리도 잘 안 하면, 사람이 다 빠져버린 박물관이 될 거다.”
새미 “북촌에 가본 적은 없지만 칼럼만 보고도 북촌이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곳인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렇게 사람이 사는 곳이 박물관이 되면 아까울 것 같다. 북촌이라는 장소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른 멤버는 어디에 살고 있나.
새미 “나는 신림동에 사는데, 이 동네에는 아파트가 거의 없고 거의 다 주택이다. 나도 주택에 산다. 집의 높이가 낮으니 보기도 좋고 따뜻함도 느껴진다. 나 혼자 산다는 느낌 보다는 사람들하고 산다는 느낌을 받고, ‘내가 이 사회에 속해 있구나’ 하는 안정감도 든다.”
카를로스 “나도 북촌에 산다. 마크의 칼럼을 보고서는 ‘이미 북촌은 박물관 된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북촌 한옥마을을 저녁에 돌아다니다 보면 불이 켜져 있는 곳이 많이 없다. 비어있는 집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집 옆 건물도 행사용 건물이라서 항상 비어있다. 주말에만 관광객이 방문해서 시끄럽다. 북촌은 이미 사람 사는 곳이라기 보단 어느 정도 관광지화가 되어서 그냥 ‘휴가 때 놀러오는 곳’ 정도가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마크가 말했듯, 북촌의 매력은 '비어있는 집'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곳'이란 데에 있다. 따라서 아직도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을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거리를 정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거리에 쓰레기통도 없는데 관광객이 너무 자유롭게 돌아다니니까 문제가 생긴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북촌을 보존해서 살릴 필요는 명백하게 있다.”

-유럽의 경우 현대인과 문화재의 공존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럴 수 있는 유럽의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다니엘
“나라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한국은 거의 모든 경제 활동이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구만 보아도 대다수가 서울에 밀집해 있다. 반면, 이탈리아와 독일의 경우 3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없다. 독일의 대도시인 베를린(Berlin)이나 프랑크프루트(Frankfurt)도 인구가 200만~300만 정도다. 한국은 다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관광지를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시설을 확보·개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카를로스 “북촌·삼천동·가회동은 한국의 대표 전통 동네이지 않는가. 어느 정도의 개발은 피할 수 없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미 개발이 위험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상점만 보더라도, 전통 동네인데도 불고 하고 체인점이 너무 많다. 내 사무실이 삼청동 쪽에 있는데. 사무실 주변에 파스타 집밖에 없다. 한국 대표 전통 동네에서 한국 음식 먹기가 힘든 것이다. 얼마 전 내가 가장 좋아하던 백반 집이 없어졌고, 2주 전엔 두 번째로 좋아하던 백반 집이 없어졌다. 첫 번째 백반 집은 퓨전 한식 음식점으로 바뀌었고, 두 번째 백반 집은 츄러스 가게로 바뀌었다. 삼청동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다. 해외 브랜드 상점·쥬얼리 브랜드 상점·파스타 음식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크림 파스타나 토마토 파스타 같은 게 왜 여기까지 들어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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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도 관광의 나라가 아닌가. 이집트는 어떤가.
새미
“‘이집트’라고 하면 피라미드부터 떠올리는데, 이집트에서도 가장 유명한 맥도널드 지점이 피라미드 지점이긴 하다. 그래도 정부에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이 사는 동네와 관광지 사이의 거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는 점이다. 관광객은 버스를 타고 피라미드에 가서 낙타도 타고, 피라미드 구경도 하고, 미라도 본 뒤, 관광을 마치면 사람 사는 동네로 돌아 나온다. 사람 사는 동네에는 맥도널드도 있고 피자·파스타 집도 있고 이집트 전통 요리 집도 있다. 그래도 이곳은 사람 사는 동네지 관광지가 아니니까 문제가 안 된다. 북촌의 경우, 모든 과정이 그 한옥마을 안에서 일어나니까 문제다.”
카를로스 “체인점 음식점의 증가로 인해 기존에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의 생활이 너무 불편해지고 있다. 북촌과 삼청동의 맛집이 거의 사라졌고, 세탁소도 없어졌다. 마트도 멀어서 무엇을 사려면 최소 10분~15분 이상 걸어다녀야 한다. 관광객 중심이 되어서 그렇다. 그래서 차가 없으면 매우 불편하다.”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같은 관광도시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다니엘
“아쉽게도 그쪽에는 가본 적이 없다. 다만, 베토벤의 생가를 예로 들어보자면, 그곳은 주택 사이에 자리 잡고 있지만 큰 문제없이 보존되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없는 것인지,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새미 “ 관광객은 많지만 정부에서 관리를 잘하고 있는 거 같더라. 유럽 전체가 그런 것 같다. 파리도 에펠탑의 명관을 가리지 않기 위해 건물 높이를 제한하지 않나.”

-카를로스는 우리나라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카를로스
“삼청동이나 북촌에서 한국을 느끼고 싶다. 특히 북촌에 한식이 공존해야 매력적이 될 것이다. 다 사라지면 다른 동네와 똑같다. 파스타 음식점밖에 없으면 북촌의 특색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손자들도 북촌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해야한다.”

정리 김유진 인턴기자 kim.yoojin@joongang.co.kr
촬영 김세희·조수진·최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