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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꼭 정권교체 하세요, 꼭” 이희호 여사, 안철수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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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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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사진) 여사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가 5일 말했다. 전날 동교동 자택에서 20분간 이뤄진 비공개 회동에서다.

동교동 자택 비공개 회동서 밝혀
권노갑 “동교동계 거의 탈당 기울어”
안 의원, 한상진·윤여준에게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맡아달라”

회동에 배석한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해 총선에서도 많은 숫자(의석)를 가져가야 하는데”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난 (2012년) 대선 때 내가 좋아했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많이 좋아하고 응원했는데, 마지막에 후보를 내려놓게 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런 뒤 “조금 강했으면, 조금 더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강한 모습이 보여 희망을 느꼈다”고 했다.

안 의원이 “건강하셔서 꼭 정권교체 상황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하자 이 여사는 “꼭 정권교체 하세요, 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난 화분을 직접 들고 이 여사를 찾아 큰절을 했다. 이 여사는 안 의원에게 동교동 자택 마당에 있는 모과나무 열매로 만든 차를 대접했다. 이 여사는 안 의원에게 “맛이 좀 십니다”면서 모과차를 건넨 뒤 대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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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4일 서울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이희호 여사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 여사와 25분간 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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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동교동은 수십 년간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분들의 살아 있는 역사 같은 장소”라며 “거기서 이 여사가 응원의 말을 더해 줘 감사하고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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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왼쪽)이 5일 서울 고척동 수잔나어린이집을 방문해 ‘누리과정 예산 삭감’과 관련해 학부모 간담회를 했다. 안 의원이 한 아이가 과자를 집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왼쪽 둘째는 임내현 의원. [사진 강정현 기자]

동교동계는 이 여사의 격려발언을 집단 탈당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마디 말씀이 함의하는 것이 굉장히 컸을 것”이라며 “제가 볼 때는 ‘벽오동 심은 뜻’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벽오동은 전설의 새인 봉황이 깃들인다는 나무로, ‘벽오동 심은 뜻’은 꿈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는 의미다. 그는 자신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굳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고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동교동계는 거의 전부 탈당으로 기울었다”며 “나에게도 독촉이 많이 오는데, 15일 전후해 결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정무특보로 합류한 범동교동계 출신인 이동섭씨는 “동교동계는 이미 ‘안철수 신당’ 쪽으로 마음을 굳혔고, 좌장인 권노갑 고문도 마찬가지다. 권 고문이 지침만 주면 우르르 몰려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에게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7일 안 의원과 만나 수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몸이 좋지 않지만 맡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안 의원은 오전 7시 영등포역 광장에서 환경미화원들과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했다. 형광색 상·하의와 노란색 장갑, 흰색 헬멧, 귀마개 등 미화원 복장을 한 안 의원은 “여의도는 정말 깨끗하게 청소가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글=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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