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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동 행복주택 2월 첫 삽” vs “집 대신 도로를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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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역 인근 44가구 건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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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수서동 일대. 오른쪽에 보이는 주차장이 행복주택 44가구가 들어설 곳이다. 현재는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신혼부부 등 위한 5~10평 아파트 건설 계획
강남구 “유동인구 많은 곳, 편의시설 필요”
서울시 “대중교통 유리한 행복주택용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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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역 인근에 행복주택 44호를 짓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강남구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 활용, 메르스 대응 방안 등을 놓고 수차례에 걸쳐 서울시와 대립했던 강남구청은 최근 행복주택 건설을 놓고 다시 서울시청과 맞서는 중이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업으로 대학생·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2017년까지 전국에 14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현재 전국 152곳에 8만8000가구의 입지가 사업승인을 받은 상태다. 서울시는 22곳에 9307가구를 건립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세곡동·내곡동·신내동·가좌역·오류역 등지에 총 5896호가 세워졌다. 행복주택은 임대주택 8만 호를 세우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에도 포함된다.

 수서역에 들어서는 행복주택은 수서동 727번지 인근 3000㎡ 규모 부지에 대학생과 1인 가구 직장인을 위한 17㎡(약 5평) 크기 원룸 25호와 신혼부부를 위한 36㎡(약 10평) 크기 투룸 19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부지는 현재 차량 10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12월 국토부와 R&D 협약을 체결하고 이르면 다음 달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서울시의 이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강남구청은 지난해 10, 11, 12월 매달 한 차례씩 보도자료를 통해 “임대주택 11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인 구룡마을에 행복주택을 추가로 짓는 게 이치에 맞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엔 신연희 구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수서동 인근은 하루 유동인구 27만 명인 땅”이라며 “도로를 놓아야 할 곳에 주택을 짓겠다는 건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도시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신구청장이 언급한 유동인구 27만 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KTX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사가 끝나면 주변 일일 평균 유동인구가 27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던 결과를 근거로 한 수치다. 정환호 강남구청 과장은 “6월 6일에 행복주택 부지에서 400m 떨어진 곳에 KTX수서역이 개통되고, 앞으로 GTX 노선 2개도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라며 “유동인구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택이 아닌 3차로의 우회전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교통량 증가에 대비해 현 왕복 8차선 도로를 10차선으로 늘릴 예정이며 그와 함께 행복주택 건설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GTX 노선의 경우 아직 공사 시행 계획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유동인구 27만 명은 부풀려진 숫자”라고 반박했다. 또 행복주택이 들어설 부지 바로 앞에 3호선 수서역 6번 출구와 버스정류장이 위치해 주택 건설보다 공원이나 카페가 들어서는 게 타당하다는 강남구청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가용이 없는 행복주택 거주민들에게 대중교통과의 접근성은 커다란 장점이며, 편의시설을 원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도서관과 야외광장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측은 또 이곳의 땅값이 1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행복주택 44가구의 가격도 가구당 23억원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당 23억원이 소요되는 ’강남스타일 호화 임대주택’이 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곳은 주차장 부지로 공시지가로 83억원에 불과하다. 상업용 부지로 용도변경이 된다면 1000억원이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강남구는 행복주택을 수서동이 아닌 구룡마을에 짓자는 입장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현재 인근 KTX 역세권에 2800가구, 구룡마을에 1100여 가구 등 총 4000여 가구의 행복주택 건립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서역 인근 자투리땅에 44가구를 짓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행복주택에 들어오는 젊은층은 대부분 자가용이 없기 때문에 역세권에 거주지가 필요하다”며 “교통 여건이 나쁜 구룡마을에 행복주택을 세우는 건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지는 국유지이기 때문에 강남구청은 사용권이 없다. 구청이 토지 사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국토부 승인이 떨어졌기 때문에 강남구청이 반대해도 공사 추진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다음 달 아파트 건설을 위해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글=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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