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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들이 펼치는 단체 공연…부안 원숭이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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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부안 원숭이학교 홈페이지]

붉은 원숭이 띠인 병신년(丙申年)을 맞아 원숭이들이 단체 공연을 펼치는 부안 원숭이학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오후 2시 전북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 '원숭이학교'. 무대 막이 열리자 원숭이 4마리가 나와 관람객들에 깍뜻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10살 '다람이'와 게임을 잘하는 '깨동이', 꽃미남 '태양이', 4살짜리 막내 '번개' 등이다.

원숭이들은 조련사의 구령에 맞춰 높이뛰기와 구르기, 물구나무 시범을 보였다. 영리한 다람이가 미니 오토바이를 타고 교통경찰처럼 운전을 하자 관람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자신의 키 보다 3배 이상 커 보이는 장대를 짚고 걸어가는 묘기를 보일 때는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다람이는 대변을 본 뒤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코믹한 행동도 보여줬다.

부안 원숭이학교는 2002년 정비원씨가 문을 열었다. 정씨는 “일본의 닛코 원숭이 공연단을 구경한 뒤 '한국에 저런 공연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3년 넘게 노하우를 전수받아 고향 부안에 원숭이학교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원숭이 20여 마리로 시작했다. 조달호(30)와 쯔요시(28) 등 원년 멤버 원숭이 15마리는 지금도 무대에 선다. 현재는 50여 마리로 식구가 불었다.

이들은 하루 2~3회 다양한 시범을 보인다. 숫자맞추기 게임이나 공 굴리기, 물구나무 서기, 인력거 끌기 등이 주된 공연이다. 방학이면 서울과 부산 등으로 공연을 다닌다. 이들 원숭이는 3~4살 어린이와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무대에 서기까지는 2∼3년간 훈련을 받는다. 머리 회전이 가장 좋은 3~5살 원숭이들이 대상이다.

원숭이를 관리하는 데 가장 힘이 드는 시기는 10월부터 3월까지인 발정기 때다. 수컷들끼리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잦고, 다툼이 벌어지면 상대방이 항복할때까지 큰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정씨는 "조련사와 원숭이 사이에 친밀감을 형성하는 게 좋은 공연의 첫 걸음"이라며 "원숭이학교가 세계적인 명물이 될 수 있도록 자식 이상의 애정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부안=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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