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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힘들고 스트레스 쌓이고…득보다 실 '유연근무제'

중앙일보

입력

근로 시간과 형태를 근로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무실 외부에서 일하거나 시간제로 일할 경우 직장 사회에서 고립되고 승진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일과 가정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직장인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영국 보건안전청(HSE)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우울증 및 불안장애 사례는 총 44만 건이 보고됐다. 이로 인해 손실된 총 근무 일수는 약 100만 일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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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 확인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유연근로제. 사진=중앙포토]

영국 기업과 정부는 수 년 전부터 업무 스트레스 줄이기에 적극 나섰다. 미국 컨설팅 업체 타워스왓슨의 조사에서 2013년 영국 기업 3분의 2가 직원 건강 및 복지 정책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영국에서 확산 중인 유연근무제도 그 일환이다. 유연근무제 요구 권리는 2014년 6월부터 영국 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됐다.

베드퍼드셔 대학의 게일 킨먼 심리학과 교수는 유연근무제의 확산에 우려를 표했다. 유연근무를 택한 근로자들은 근무시간이 아닐 때도 끊임없이 e메일을 확인하고 업무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킨먼 교수는 "일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지 않으면 쉬더라도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며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해 면역 체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술 발달도 이런 경향을 부추긴다. 지난해 영국 통신규제기관 정보통신청(Ofcom)에 따르면 영국 성인은 평균적으로 수면 시간보다 스마트폰·컴퓨터 등의 이용 시간이 더 길다. 킨먼 교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며 "이제 근로자들은 더 많은 일을 동시에 빨리 처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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