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길(大吉)로는 부족"…불안감 반영한 日새해 점괘

중앙일보

입력 2016.01.03 13:26

일본 신사에서 뽑는 점괘가 사람들의 행복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가장 좋은 점괘였던 '대길(大吉)'보다 더 좋은 점괘 '대대길(大大吉)'이 등장하는가 하면, 좋지 않은 점괘 '흉(凶)'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재앙을 막아주는 신을 모신 교토 시의 죠난구(城南宮) 신사는 2014년 1월부터 점괘에 '대대길'을 도입했다. 이 점괘엔 '행운의 방향'은 "8방향 막힘 없음"으로, '바라는 일'은 "뭐든지 성취된다"고 쓰여 있다. 가나자와 시의 이시우라 신사는 '삼복(福福福)'이나 '행(幸)' 등 기존에 없었던 좋은 운세를 새로 도입했다. "가나자와 카레를 먹으면 행복해진다"는 식으로 지역 명물을 운세와 연결 짓기도 했다. 이시우라 신사의 새 점괘는 다 팔려서 구입하지 못한 참배객들이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평판이 좋다.

반면 흉은 줄어드는 추세다. 죠난구 신사는 참배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흉을 없앴다. '번갈아 길흉(吉凶交交)'이나 '길흉 아직 모름(吉凶未分)'이 가장 좋지 않은 운세다. 교토 시 후시미이나리(伏見?荷) 대사엔 '흉 다음 대길(凶後大吉)', '길흉 아직 모르나 결국엔 대길(吉凶未分末大吉)' 같은 점괘가 있지만 '길'없이 '흉'만 담긴 점괘는 없다.

오노 이즈루(大野出) 아이치현립대 일본문화학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길의 인플레이션 현상"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오노 교수는 "대길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욕구나 흉을 싫어하는 풍조를 읽을 수 있다"며 "불안감이 커진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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