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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정담] 단돈 70만원에 … 모바일 의정보고서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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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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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의정보고서와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의 의정보고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각 의원실]

 스마트폰이 국회의원의 의정보고 풍토를 바꿔놓고 있다. ‘두꺼운 책자’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바일 의정보고서’가 새 트렌드다.

스마트폰 이용 책자보다 훨씬 싸
유승민·이정현·민병두·전해철 …
총선 앞두고 의원들 앞다퉈 채택
포켓형·명함형 등 이색 시도도

 새누리당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은 모바일용 ‘미니 의정보고서’에 예산과 주요 시설 확보 성과를 압축적으로 담았다. 원내대표 시절 야당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아 화제가 됐던 교섭단체 대표연설 영상,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둘러싼 공천 가능성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 대구 계산성당 특강 영상 등도 링크했다. 이 보고서는 유 의원의 지역구뿐 아니라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모바일 의정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확산성’이다. 공직선거법상 현역 의원의 의정보고서 발송 가능 시한은 13일까지다. 의정보고서를 인쇄하고, 오자라도 있으면 스티커를 붙여 바로잡고, 집집마다 우편으로 부치기까지 시간이 빡빡하다. 하지만 모바일 의정보고서는 언제든지 잘못된 내용을 수정할 수 있고, 확산 속도가 빠르다. 전문 업체에 맡기면 제작 비용도 70만~100만원 정도로 싼 편이다. 인쇄물의 경우 16페이지짜리를 8만 부 정도 발송하려면 최소 5000만원 이상 든다고 한다.

 이런 흐름을 타고 모바일 의정보고서 제작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총선을 앞두고 제작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선거법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홍보는 제재하지 않아 효율적으로 의정활동을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초로 모바일 의정보고서를 구상해 낸 사람은 누구일까.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길정우(서울 양천갑) 의원이다. 길 의원은 2013년 9월,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의정보고서를 제작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집에서 우편물로 받아보는 의정보고서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의정보고서를 더 선호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비록 우편물로 제작한 의정보고서를 전자책 형태로 스마트폰에 옮기는 수준이었지만 시도 자체는 신선했다.

 요즘도 새누리당 이정현,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등이 이런 방식으로 의정활동을 홍보한다. 더민주 전해철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만들어온 모바일 웹진(웹 매거진·온라인 잡지)을 아예 의정보고서로 개편했다.

 동영상을 활용한 홍보 케이스도 눈길을 끈다. 아나운서 출신인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오는 30일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의 상현역을 방문해 ‘일일 리포터’ 영상을 제작했다. 안전모를 쓰고 시운전 중인 차량을 직접 확인하는 모습 등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 소통본부장을 맡고 있는 비례대표 홍종학 의원은 유행가 가사에 자신의 국감질의 장면을 결합한 동영상 의정보고서를 제작했다. 국정감사 때마다 정부를 상대로 ‘송곳 질의’를 한다고 해서 ‘송곳 홍’이라는 별명을 얻은 홍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 같은 동영상 의정보고서를 네 차례 연재했다.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은 우편물 형태의 의정보고서에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를 심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해당 사업에 관한 동영상이나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한 거다.

 우편물도 사라지지는 않지만 형태가 다변화되고 있다. 바쁜 직장인, 청년들까지 고려해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포켓형’ 의정보고서(더민주 원혜영·진선미 의원)가 많아졌다. 심지어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손바닥만 한 ‘명함형’ 의정보고서를 만들어 만나는 사람들에게 명함과 함께 건넨다고 한다.

김경희·위문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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