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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쌓이는 미분양 아파트, 더 이상의 부양은 독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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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동산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10월 말 3만2000여 가구에서 11월 말 4만9700가구로 급증했다. 한 달 만에 1만7500가구(54.3%)나 늘었다. 이런 증가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6월(1만9000가구) 이후 최대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요가 탄탄했던 용인 등 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에서 미분양이 크게 늘었다.

 이유는 뻔하다. 다음달 시작될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피하고 막바지 부동산 활황에 편승하기 위해 주택업계가 밀어내기 분양을 집중시킨 탓이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간 분양된 물량만 15만7000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론 50만 가구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전 5년간 평균(27만5000가구)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반대로 주택 구입 심리는 움츠러들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달보다 11포인트 급락한 102를 기록했다. 향후 부동산 경기에 대한 주택 구입자들의 시각이 낙관론에서 비관론으로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밀어내기 분양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확보해 둔 땅을 그냥 놀릴 수 없는 건설사들의 관성 때문이다. 올 1분기 전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6만6000여 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배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공급 과잉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급속한 위축이 올 수 있다. 집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과 입주대란이 벌어지면 그 충격이 경제 전체로 확산된다. 분양물량을 조절하는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도 부동산정책의 중심을 부양에서 관리로 옮겨야 한다. 한국 경제 안팎을 보면 부동산 시장 홀로 호황을 이어가긴 어렵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의 소득보다 빚이 훨씬 빨리 늘고 있다. 더 이상의 부동산 부양은 경기 진작의 불쏘시개가 아니라 위기를 부르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년째 이어진 부양정책의 끝물에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한 의미를 업계와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