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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사, 당 창건일 이어 또 핵 언급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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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유지하겠다는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앞으로도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처럼 최고위급 회담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신년사의 5분의 1 정도를 남북 문제에 할애했다. 지난해 8·25 합의의 후속조치 이행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한 데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지난해 북·남 고위급 긴급접촉의 합의 정신을 소중히 여기고 이에 역행하거나 대화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핵과 미사일 등과 관련된 '핵·경제 병진 노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우리 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 생산하자"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전환점을 일으키자"고 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구걸도 안하겠다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며 "8·25 합의 이행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던 만큼 올 남북 관계 전망은 지난해보다 밝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지만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고 북·남관계와 조국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조선 당국은 민족 내부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공조를 구걸하는 수치스런 행위를 그만둬라"고도 했다.

①핵 언급 왜 안했나= 최근 들어 김정은은 핵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0일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도 핵을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 눈치보기라고 풀이한다. 경남대 김근식(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제스처”라며 “핵 보유국이라고 자처할 정도로 자신이 있는 만큼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핵무기 언급을 피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②당 7차 대회 강조= 5월에 열릴 당 7차 대회에 대한 언급이 잦았다. “승리자의 대회, 영광의 대회로 빛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 대회는 노동당 최고 지도기관으로 당 차원의 전략과 노선을 결정하는 자리다. 36년만에 열리는 이번 당 대회는 ‘유훈통치’에서 벗어나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공식 천명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주면서 ‘당 대회 축소판’격인 당 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작업을 진행했다. 따라서 김정은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며 확고한 지도체제를 확보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또 이번 당 대회에서는 지도층의 세대교체도 예상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청년강국을 언급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③경제강국이 핵심= 신년사의 상당 부분은 경제발전에 할애됐다. 김정은은 “경제강국 건설에서 전환의 돌파구를 열자면 전력·석탄·금속공업과 철도운수 부문이 총진격의 앞장에서 힘차게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당은 인민생활 문제를 천만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1국사로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자신의 리더십 유지를 위해서는 인민생활의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농·축·수산 부문의 혁신과 경공업 현대화 등이 강조된 것도 애민정치의 일환이다. 김정은은 “자원을 보호하고 대기와 강·하천·바다 오염을 막기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익재ㆍ안효성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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