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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위안부 협상 타결이 한·일 정상에 남긴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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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위안부 문제 협상 결과에 대한 국내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미흡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정도면 받아들일 만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반대의 시각도 있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섣불리 ‘최종적 해결’을 선언함으로써 일본에 면죄부를 준 굴욕적 합의라는 것이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피해자와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직접 피해자 설득하고
아베 총리는 행동으로 약속 지켜야
일본 교과서에 위안부 합의 반영하길

 한·일 정부 차원에서는 ‘12·28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 타결됐는지 몰라도 피해 당사자와 국민의 입장에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듬어 설득하고, 여론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는 숙제가 남아 있다. 협상의 최종 책임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박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인 만큼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해 달라”며 대(對)국민 설득에 나섰다. 어제는 외교부 1·2 차관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보내 설득을 시도했지만 “왜 우리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거센 항의를 들어야 했다. ‘피해자들과 국민이 납득할 수준’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건 박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런 만큼 책임감을 갖고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들과 국민의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박 대통령이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 피해자 지원 재단을 일 정부 예산으로 국내에 설립하기로 한 만큼 신속한 후속조치를 통해 남은 동안이라도 피해자들이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세심한 배려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문제 해결을 정부가 언급한 데 대해서는 특히 부정적 여론이 많은 만큼 이 문제는 전적으로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아베 총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몇 마디 말과 돈으로 다 해결됐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한국 여론의 역풍 때문에 그가 원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은 힘들어질 것이다.

 ‘12·28 합의’에서 일본은 일본군 관여하에 발생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하고, 총리 명의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만일 아베 총리나 일본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또다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망언’이 나온다면 위안부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위안부 합의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에도 반영돼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