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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회가 노사정 대타협 외면하면 큰 혼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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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9·15 노사정 대타협이 나온 지 100일 넘게 지났다. 하루 뒤면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노사정 대타협은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고,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당사자들이 힘을 모은 개혁 작품이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이렇게 푸대접할 사안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고용시장은 일대 혼란과 위축이 불가피하다.

 올해 하반기 30대 기업은 신규 채용을 14% 늘리고, 투자를 17% 확대했다. 노사정이 손을 맞잡았는데, 설마 국회가 노동개혁법을 좌초시키겠느냐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영 딴판으로 흐르자 인력 운용과 투자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년에 기업 투자가 줄 것으로 예측했다.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투자가 줄면 일자리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 기왕에 청년을 많이 채용했으니 내년엔 줄일 게 뻔하다. 희망퇴직과 같은 구조조정 한파는 벌써 몰아치고 있다. 청년은 물론 기존 근로자의 일자리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한·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경제활성화법이 일부 타결되면서 일자리 창출 여력이 확대됐는데도 효과적으로 이를 일자리와 연계시키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산업 현장은 근로 시간과 불법파견 같은 문제로 심한 노사갈등에 휩싸일 수 있다.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노동개혁의 구심점이 불안 요인으로 바뀌는 셈이다.

 그렇다고 저성과자 해고와 같은 지침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도 안 된다. 노사정이 협의해서 추진키로 한 이상 대타협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 땜질 처방으로는 노동개혁을 이룰 수 없다. 통상임금에 대한 잘못된 지침 때문에 큰 혼란을 겪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이젠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혼란을 예방하려는 충정이 담긴 타협을 혼란을 부추기는 행동으로 답하는 국회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2004년 노사정 협의를 바탕으로 지금의 야당과 정부가 협의해서 낸 비정규직보호법을 입맛대로 요리한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이 대부분 낙선한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