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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그만둔 30대, 나눔 운동가 변신…같이 나누는 가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급 외무공무원 자리 박차고
'1+1 비누 나눔' 운동가 변신
1개 팔면 1개는 저개발국에

천연비누 제조업체 ‘소프 컴패니언’ 대표 정명진(34)씨는 2013년부터 ‘1(소비)+1(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판매한 비누 수만큼 저개발국가 아이들에게 비누를 기부한다. 정씨는 “일상생활과 나눔을 연결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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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비누사업가` 정명진(34)씨는 "기쁨은 나눌 때 배가 된다. 작은 일부터 남을 돕는 습관이 행복의 지름길"이라 말했다. 오종택 기자

정씨는 매년 인도네시아 등 저개발국을 방문해 여성들에게 비누 제조법을 가르쳐 자립을 돕는다. 아이들에겐 손 씻기와 이 닦기 등 위생교육을 한다. 지난 3년간 그의 교육을 받은 사람은 3000여 명에 이른다.

그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여성들로부터 받은 편지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배운 비누 제조법을 응용해 주방세제를 만들고 버려진 페트병에 담아 팔았더니 대박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정씨는 “편지를 받고 펑펑 울었다. 단순히 구호물자에만 기대지 않고 자립 노력을 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정씨가 구호 활동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부터다. 그는 2008년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외무공무원(7급) 시험에 합격해 도미니카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아이티의 구호 업무를 맡아 파견 간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정씨는 2013년 공무원직을 버리고 캄보디아·르완다 등을 누비며 구호 활동을 했다. 현장에서 그가 발견한 가장 큰 문제는 개인 위생이었다. 비누 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정씨는 “저개발국 질병 원인은 대부분 더러운 물과 그로 인한 전염병”이라며 “하찮아 보이는 손 씻기 등 위생교육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960명 죽음 지킨 호스피스 전문의
"행복 미루지 말고, 오늘을 사랑해라"

호스피스 전문의 김여환(50·여)씨는 죽음을 통해 삶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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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전문의 김여환(50)씨는 "수백 번의 죽음을 보면서 `오늘을 사랑하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말라"고 조언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김씨는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센터장으로 8년간 근무하며 말기암 환자 960여 명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부모와의 이별 앞에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았던 11세 소녀부터 금고 번호를 알려 주지 않는 남편이 밉다며 임종실을 박차고 나간 할머니까지 죽음과 삶의 민낯을 수없이 지켜봤다.

김씨는 “아무리 준비해도 익숙해질 수 없는 게 죽음”이라며 “하루하루 행복하고 열심히 사는 게 죽음을 가장 잘 준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김씨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며 사람들의 멘토가 됐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의사직을 그만두고 헬스트레이너로 변신했다.

그는 “운동은 오래 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장혁진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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