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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그들, 매력 시민 '컬처디자이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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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디자이너=자신의 재능과 열정,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디자인하는 창의적 시민을 뜻한다. 문화적 상상력과 공익적 실천력을 겸비해 조용히 우리 사회를 바꾸는 숨은 영웅이다.

글로벌 문화운동 단체 월드컬처오픈(World Culture Open·WCO)이 2016년 ‘컬처디자이너 발굴 캠페인’을 시작한다. 내년 2월부터 전국 각지의 컬처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홈페이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공개한다.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30여 명에 대해서는 ‘올해의 컬처디자이너’로 선정 한다.

발굴된 컬처디자이너는 WCO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청된다. 내년 5월 21일부터 8일간 제주에서 열리는 ‘컬처디자이너 페어’는 세계 의 컬처디자이너들이 만나 교류하는 장이다. 10월에는 컬처디자이너 문화창업 박람회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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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사업가 유세미나(30)씨의 목표는 현명한 소비, 윤리적 소비다.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쉽게 버림받지 않도록 세련된 디자인을 고집한다. 유씨 머리 위에 올려놓은 스탠드는 헌 자전거로 만든 제품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업사이클' 사업가 유세미나씨
불량품 사고로 옷 사업 접고
폐품 수명 늘려주는 일 선택
디자인 상상력 입혀 명품으로

유세미나(30·오브젝트 생활연구소 대표)씨는 사물의 수명을 늘려주는 사람이다. 버려진 제품에 디자인을 입혀 쓸모 있는 물건으로 되살리는 일을 한다. 단순한 재활용(Recycle)이 아닌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Upcycle)이다.

업사이클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그들이 만든 제품을 모아 판매해 돈도 번다. 2013년 3월 서울 서교동에 첫 번째 매장을 냈고, 현재 삼청동·역삼동과 부산 전포동에서도 매장을 운영한다. 유씨는 “소비자들도 행복해한다. 의미 있는 소비가 주는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패션기자를 꿈꾸던 유씨의 첫 직업은 옷장사였다. 패션에 관계된 일을 하고 싶어 25세 때 무작정 동대문시장으로 갔다. 월급 50만원에 새벽도매시장 판매사원 일을 시작했다. 옷을 팔다 보니 의류사업의 길이 보였다.

부업 삼아 직접 뛰어들었다.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연결시켜 주고 유통경로를 뚫어 옷을 납품했다. 사업은 잘됐다. 3년째가 되자 월 순수익이 1000만원을 넘어섰다. 스물일곱 그의 손에 1억원이 모였다. 짜릿했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

“아주 작은 불량 때문에 납품을 못하게 됐어요. 옷 300~400벌을 한꺼번에 버려야 했죠. 쌓여 있는 옷을 보며 ‘내가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인가’란 회의가 들었어요. 돈맛을 알기 전에 그만둬야겠더라고요.”

이후 유씨는 ‘윤리적 소비의 공급자’가 되기로 했다. “물건을 오래 잘 쓰는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그에게 디자인은 제품을 잘 팔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물건이 버림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보호막이다.

헌 옷이나 인화지를 재활용해 만든 가방, 유리 술병을 녹여 만든 액세서리 등 그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업사이클 제품들은 폐품 활용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디자인이 유려하다. 유씨는 “업사이클을 잘못하면 쓰레기로 쓰레기를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 차라리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게 낫다”고 잘라 말했다.

유씨의 요즘 관심사는 세숫대야다. “세숫대야를 사용하니 생수 두 병 분량(3L) 물로 머리를 감을 수 있더라”며 “좀 불편하지만 물 절약이 상당히 많이 된다. 젊은 사람들이 쓰고 싶어할 만한 세련된 디자인의 세숫대야를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유씨처럼 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공익과 나눔·소통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컬처디자이너’다. 본지가 새해 어젠다로 선정한 ‘매력 시민’이기도 하다. 서울대 양일모(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과거 몇몇의 리더가 사회 변화를 주도했다면 이젠 열정적인 다수의 시민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짚었다.

특별취재팀=이지영·이영희·윤석만·채윤경·정아람·장혁진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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