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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사랑방” 미국서 헌책방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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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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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소형 서점 업셔 스트리트북스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과 두 딸 말리아(왼쪽 둘째)와 샤샤.

바쁠수록 느림이 주목받는다. e북의 등장 이후 종이책의 소멸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아마존 시대, 헌책방이 돌아온다’는 기사를 통해 디지털 시대 종이책의 귀환에 대해 보도했다.

사회관계 복원 역할, 체인점 속속
새 책보다 판매 수익도 4배 높아
오바마 “책 9권 샀다” SNS 올려

미국에서 헌책 판매량은 면 년 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미국서점연합의 오렌 테이어 회장은 “수십 개 정도의 독립서점들이 중고책을 취급하고 있고 중고책 시장에 대한 관심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북부에서 레스톤 헌책방을 운영하는 수잔 버웰도 “헌책 판매량은 최근 계속해서 증가추세”라고 말했다.

 사업 측면에서도 헌책방은 남는 장사다. 헌책은 디지털 서점인 아마존과 비교했을 때도 가격 경쟁력이 있고, 수익도 새 책보다 높다. 페이퍼백의 경우 정가의 10% 가격으로 매입돼 50% 가격으로 판매되는데, 이는 새 책보다 4배 정도 수익이 높다. 대규모 서점들이 온라인에서 중고 판매 섹션을 만들고 기업들이 중고 서점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워싱턴주 북서부에 헌책방을 연 파블로 시에라(38)는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근무했다. 그는 초기 투자비용 8만5000달러(1억원)를 들여 ‘책의 벽’이라는 헌책방 체인점을 열었다. 조지아주에서 2012년 시작된 이 서점은 8개의 분점을 열었다.

중고 서점은 아마존의 장터에 중고 서적 보유 리스트를 올리거나 새로운 독립 출판사와 연계하는 방식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엔 서적이 건축 인테리어용으로 각광받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책방이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헌책방은 각종 이벤트를 열어 이웃들을 초청하거나, 헌책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인연을 맺도록 해준다. 일종의 사회관계망 복원의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동네 서점을 가끔 찾는다. 지난달 28일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두 딸과 함께 워싱턴DC의 작은 서점에 들려 책 9권을 구매했다.

◆한국의 헌책방=한국에서도 서점들이 사라진 시기가 있었다. 5000개가 넘던 동네 서점은 지난해 1600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최근엔 문화와 감성을 파는 작은 서점이 새로운 트렌드다. 홍대 인디 가수 요조는 서울 종로구 계동에 ‘무사(無事)’라는 책방을 열고 비주류 서적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마포구의 ‘퇴근길 책 한 잔’은 영화를 상영하고 콘서트를 개최한다. ‘북바이북’이나 ‘책바’ 같은 곳은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책맥’이 주요 메뉴다. 작은 서점들은 카페이자 술집, 공연장, 사랑방의 기능을 하며 책 문화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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