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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전쟁에서 살아남은 인천 월미산 나무 7그루, 평화 나무로 지정

중앙일보

입력

1950년 9월 10일 인천시 중구 월미산. 인천상륙작전(9월15일)을 준비하던 미군은 인천항이 내려다보이는 이 산에 집중 포격을 시작했다. 산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를 북한군에 대한 공격이다. 이렇게 월미산은 연합군의 첫 상륙지점이 됐다. 하지만, 산은 황폐해졌다. 포격으로 월미산의 높이(해발 108m)가 낮아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도 몇 그루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인천 서부공원사업소는 28일 한국전쟁 당시 포격을 뚫고 살아난 나무 7그루를 '평화의 나무'로 지정했다. 선정된 나무는 은행나무 2그루와 벚나무·느티나무·소나무·상수리나무·화백나무 각 1그루씩이다.

서부공원사업소는 5월부터 월미산의 나무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80그루 이상의 나무들이 65년 이상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에서 주민들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나무를 추려 평화의 나무로 지정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월미 둘레길에 있는 느티나무다. 한국임업진흥원의 감정 결과 244년이나 된다. 한국전통공원 인근에 있는 은행나무(103년)와 숲오름길 중턱에 있는 화백나무(100년)도 수령이 100년 이상이었다. 산마루길에 있는 벚나무는 수령은 70년 정도지만 생김새가 일반적인 벚나무와 다르다. 일반적인 벚나무는 2~3m 이상 줄기가 자란 다음에 갈라진다. 하지만, 이 나무는 밑동부터 줄기가 여러 갈래로 벌어져 있다. 서부공원사업소는 월미산 포격으로 인한 외부 충격으로 이런 형태가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부공원사업소는 내년 상반기 평화의 나무 안내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 인천 서부공원사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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