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무소속)이 27일 기자회견에서 신당의 노선과 기조를 밝혔다. 안 의원은 “지금 가장 중요한 시대과제는 격차 해소와 통일인데, 적대적 공생관계인 양당 구조 때문에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새 정당은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 대신 ‘합리적 개혁 노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낡은 것은 스스로 물러난 적이 없고 새로운 것이 나타나야 물러가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이라고도 했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은 2012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본지가 안 의원이 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새정치연합의 정강정책이나 당 지도부의 입장과 비교한 결과 주요 10개 항목 중 7개가 일치하거나 유사했다. 일치하지 않는 건 3개였다.
◆새정치연합과 다른 점=안 의원은 회견 서두에 “박근혜 대통령식 창조경제는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박 대통령식 처방은 안 통한다. 새누리당식 낙수이론, 관치경제로는 21세기 경제의 활력과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이런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로 새누리당뿐 아니라 새정치연합까지 싸잡아 거론했다. “정치가 양극화돼 경제를 살려내고 국민의 삶의 문제를 풀어낼 능력을 잃었다” “70년대 개발독재와 80년대 운동권 패러다임으로는 2016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식의 표현이었다.
재벌 개혁, 복지 증세 등 유사
“개발독재, 운동권 패러다임으론
2016년 문제 해결 못한다” 비판
“저출산 등 어젠다 연대·협치를”
안 의원은 “고령화·양극화·저출산·청년일자리 등 중요한 국가 어젠다에 대해 나는 정답이고 너는 틀렸다고 결론을 정하면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다”며 “어느 한 정치세력으로 한국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니 연대와 협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주체를 바꾸고 정치문화와 행동양식을 바꾸는 게 새정치”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을 ‘운동권 패러다임’이라고 규정하는 건 새정치연합 주류 측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과 같은 점=안 의원은 자신이 추구할 정책 방향도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공동창업주’였던 새정치연합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안 의원은 “재벌에 의존해선 재벌만 행복하고 국민 다수는 불행한 구조”라며 “독과점 질서를 공정거래 질서로 바꾸는 ‘공정성장’을 경제정책의 제일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도 정강정책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 방지와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 추진을 표방하고 있다.
안 의원은 복지체계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일자리·건강·교육 인프라 확충을 위해 일정한 증세는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최재천 정책위의장 시절 “사내유보금을 많이 축적한 대기업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수퍼리치에게 사회적 공헌세를 목적세 형태로 부과하는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며 중·러·일 등 주변국 협력 강화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 등 외교안보 정책과 교육개혁 방안에서도 다른 게 없었다.
글=김성탁·이지상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