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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고서 번역해 인터넷강의까지 … 당찬 여고생, 역사학도 꿈 이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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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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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지(符都誌)』 해설 영상을 만들기 위해 카메라를 세워놓고 칠판에 관련 설명을 적고 있는 정수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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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 빠져 직접 고서(古書)를 번역해 해설서를 출간하고, 이를 활용한 인터넷 강의까지 해온 여고생이 역사학도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됐다.

김포제일고 정수연양, 성균관대 진학
“고대사 이전 상고시대 연구할 것”

 경기도 김포시의 김포제일고 3학년 정수연(18·사진)양이 그 주인공. 성균관대는 27일 “정수연양이 글로벌 인재전형으로 사학과에 수시합격했다”며 “성적과 학업성취도도 좋았고 우리 역사에 관심이 높은 점이 최종 합격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밝혔다.

 정양은 신라시대 박제상이 쓴 역사서 『징심록(澄心錄)』의 일부인 『부도지(符都誌)』를 직접 해설한 책(『정수연의 부도지』)을 지난해 5월 출간했다. 부도지는 우리 민족의 생성 신화인 환인·환웅·단군 이전의 이야기다. 1만4000년 전 있었다는 마고성(麻姑城)이 인류의 시원 문명이라는 내용이 골자다. 정양은 “부도지는 역사학계에서 활발하게 인용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뿌리와 기원을 알려주는 가장 오래된 문헌”이라고 말했다.

 정양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교 진학 후 역사 수업을 들으면서부터다. 그는 “단군 신화를 공부하다가 단군 신화보다 더 오래된 내용을 담은 부도지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해설서를 만들게 된 계기도 “보다 쉽게 부도지의 내용을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양은 부도지를 번역한 뒤 이를 130여 개의 강의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인기를 끌기도 했다. 부도지 번역과 해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평범한 여고생인 정양에게 한문으로만 이뤄진 고서는 난해하기 그지 없었다. 한문 사전을 종일 끼고 살았다고 한다. 정양은 “무작정 번역만 한다고 해설서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어서 앞뒤 맥락을 훑어보고 본뜻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번역과는 별개로 학업도 병행해야 했다. 그는 “1년간 매일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번역과 해설에만 매달렸다”며 “부모님도 공부는 안하고 밤새 고서를 붙들고 있는 딸을 못마땅해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부모님 몰래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던 건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 때문이었다. 그는 “전공(사학)을 택할 때도 별 고민 없이 가장 좋아하고 관심이 가는 분야를 택했다”고 말했다. 정양은 대학에선 고대사보다 더 이전의 시대를 일컫는 ‘상고사’를 연구할 계획이다. “상고시대는 고려나 조선 시대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이 낮아 연구가 부족해요. 우리나라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세상에 알리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요.”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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