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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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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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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논설위원·환경전문기자

지난 9월 극동 러시아 취재 때 오호츠크라는 곳을 들렀다. 오호츠크해(海)에 이름을 선사한 곳이지만 인구가 4000여 명에 불과한 한적한 항구였다. 끝없이 펼쳐진 자갈 해안에 수평선 너머에서 밀려온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은 장엄했다.

 하지만 해안 쓰레기장에는 한국어 상표가 선명한 생수병이 뒹굴고 있었다. 한국인을 처음 본다는 가난한 이곳 사람들이 생수를 수입해 마셨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부터 여기까지 파도에 떠밀려 왔거나, 아니면 근처를 지나던 배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육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내려와 태평양·대서양에서 섬을 이뤘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바닷새나 해양 포유동물 사체 내장에서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흔하다. 플라스틱 섬은 물 위로 솟아난 진짜 섬이 아니라 플라스틱 조각이 해류를 타고 모여들어 걸쭉한 죽처럼 된 곳이다. 전 세계 대양에는 다섯 곳 정도 이런 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바다가 아무리 넓다 해도 73억 인류가 내버리는 엄청난 쓰레기를 흔적 없이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태평양은커녕 오호츠크해보다 좁은 우리 동·서·남해 사정은 어떨까. 흔하던 명태는 멸종위기종처럼 됐고, 도루묵은 산란할 곳을 못 찾아 백사장에다 알을 쏟는 게 현실이다. 갯녹음을 번지게 한 지구온난화만 탓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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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에서 주변 바다로 떠내려가는 쓰레기는 연간 16만~17만t이나 된다. 정부·지자체에서는 계속 건져내지만 15만t 정도는 늘 떠다닌다. 여기에다 해양투기도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배에 싣고 나가 동해와 서해 두 곳의 해양투기장에 내다버린 육지 폐기물이 모두 1억3000만t이다. 이를 한곳에 쌓으면 서울 남산의 두 배나 된다. 버리거나 유실된 그물·통발에 물고기가 걸려 죽는 ‘유령어업(ghost fishing)’도 있다. 연간 4만5000t의 폐(廢)어구가 연안에 버려진다.

 다행히 해양투기는 내년 초 완전히 사라진다. 2년을 미뤘던 금지조치가 시행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바다가 금방 건강을 되찾을 것 같지는 않다. 연안도시의 하수처리율을 높이고 기름오염사고를 줄이는 투자와 노력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바다는 텅 빈 채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2016년은 해양환경 업무가 환경부에서 해양수산부로 떨어져 나간 지 꼭 20년 되는 해다.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취급하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해양 선진국으로 도약할 때가 됐다.  

강찬수 논설위원·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