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화당 대선 후보 0순위’로 꼽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최하위권 후보로 전락했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CNN 여론조사 결과 부시는 3%의 지지율로 7위를 기록했다. 공동 8위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지지율은 2%로 1%포인트 차이 였다.
8명 나가는데 8위와 1%P 차 7위
트럼프 “얼마 안 가 자진사퇴할 것”
돈 쏟아붓는 과거 방식 따르고
흘러간 사람들 몰려 변화에 둔감
다음달 14일 공화당 대선 주자 TV토론에 출연할 수 있는 사람이 8명이라 부시로선 TV토론에 나오지 못하는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 당장 부시의 13배 되는 39%의 지지율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는 “얼마 안 지나 부시는 (경선을) 자진 사퇴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부시 가문으로선 치욕이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중위권인)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주지사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모두 망해 극우 성향인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의 대안이 되는 것이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미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은 ‘부시가의 황태자’ 부시가 추락한 이유가 ▶‘올드 스타일’ 고수 ▶콘크리트 지지층 부재 ▶유권자 우경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부시의 주변엔 아버지 조지 HW 부시와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권 때의 고위직이 몰리다 보니 시대 변화를 쫓아가지 못했다. 부시는 “돈이 승부를 가른다”며 과거 스타일을 고수했다. WP는 “그의 수퍼팩(Superpac, 금액 제한 없이 합법적으로 선거 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조직)이 그 동안 5000만 달러(590억원)를 썼지만 돈을 전혀 안 썼어도 현재 지지율은 나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역만 열심히 돌면 표가 나오는 줄 알고 홍보를 소홀히 한 것도 트럼프에 크게 뒤진 원인이다.
둘째, 부시의 캐릭터 한계가 지적됐다. 명문가 배경 이외에 뚜렷한 ‘스토리’가 없는데다 사람은 좋지만 매력 포인트가 없어 고정 지지층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 15일 TV토론 뒤 언론들이 “부시가 가장 잘 했다”고 평가했지만 유권자들의 1%만이 “잘 했다”고 응답했다. 23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도 부시를 강하게 미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전무했다.
셋째, ‘오바마 정권 7년 동안 힘 한번 못쓰고 당하기만 했다’는 불만으로 공화당 지지층의 성향이 오른쪽으로 확 기운 것을 따라가지 못했다.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부시로선 우측으로 쏠릴 수도 중도를 고수할 수도 없는 한계 속에서 이민·안보정책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부시는 “상황이 곧 역전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아이오와주 지역TV에 출연해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도 10~12월에 이기던 후보들이 결국 패했다. 그게 대통령 선거”라고 했다. CNN은 “부시 말대로 2008년 공화당 존 메케인, 2004년 민주당 존 케리 후보(현 국무장관)가 그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상원의원에다 전쟁 영웅이란 배경과 스토리가 있었지만 부시는 멋진 연설도 못하고 인상적인 메시지도 없다”고 꼬집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