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제어력 뛰어난 연주가다.”(임동혁) “음악적 깊이에 감명받았다.”(클라라 주미 강)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6)에 대한 동료 연주가들의 평가다. 그는 2012 윌리엄 카펠 콩쿠르 등 7개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른 실력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다. 커티스·줄리아드를 거쳐 현재 매네스 음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
내달 7일 신년음악회로 활동 시작
“콩쿠르 7번 우승했지만 부질없어”
그가 내년 금호아트홀의 상주음악가(Artist-in-Residence)로 선정됐다. 상주음악가는 세계적으로 유수의 공연장과 오케스트라가 운영하는 제도다. 연주가를 초청해 안정적으로 연주활동에 매진할 기회를 제공한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30세 이하 젊은 연주가를 대상으로 상주음악가를 선정해 왔다. 재작년 최초 수혜자인 피아니스트 김다솔은 과감한 실내악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작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이 선정됐고, 올해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였다.
15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그는 상반된 곡을 연주하며 양면성을 보여줬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1악장에서 깨끗하고 순수한 피아니즘을 선보이더니 리스트 ‘라 캄파넬라’에서는 영롱한 고음을 지속하는 오른손과 힘있는 저음을 내는 왼손의 테크닉을 강조했다.
그간 선우예권은 우리나라보다 유럽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7월 23일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리사이틀을 했다. 그리고리 소콜로프, 안드라스 쉬프 같은 거장과 하루이틀 새 같은 무대에 섰다. 최근 독일 4개 도시에서 여섯 차례 리사이틀을 가졌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공연했다.
그는 “7차례나 1위에 올랐지만 콩쿠르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2013년 센다이 콩쿠르는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참가했다. “일본까지 찾아오신 어머니께 들키지 않으려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내렸다. 콩쿠르에 집중하면 주위 사람에게 냉정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콩쿠르 우승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는 감정을 들끓게 하고 회상적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 쇼팽 연주의 경우 뜨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임동혁 쪽이 취향에 맞는다고 했다.
선우예권은 내년 1월 7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로 상주음악가 활동을 시작한다. 5월 26일 슈베르트, 6월 9일 스크랴빈·생상스·리스트, 9월 8일 프로코피예프 전쟁 소나타, 12월 15일 앤 마리 맥더모트와의 피아노 듀오 연주회가 예정됐다. “젊은 연주가는 연주 기회가 가장 소중하다”는 그는 “주어진 기회를 활용해 내 개성을 각인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