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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구한 ‘탑독’ 세중, 인명구조견 은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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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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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인명 구조견으로 활동한 ‘세중’(오른쪽)이가 23일 은퇴했다. 왼쪽이 후임인 ‘바람’이다.

 23일 오전 10시30분 부산시 해운대구에 소재한 부산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단. 소방관 50여 명이 구조 헬기 격납고에 마련된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소방관들 앞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가수 나얼의 ‘바람기억’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저먼 셰퍼드 한 마리가 재난·사고 현장을 누비며 부상자를 찾는 영상이 5분간 방영됐다. 인명 구조견인 셰퍼드 ‘세중’(9)이의 은퇴식 장면이다.

사람 나이로 환갑 … 반려견으로
애견협회 “사료 평생 무료 제공”

 류해운 부산소방안전본부장은 기념사에서 “그동안 뛰어난 활동 실적을 보여준 인명 구조견 세중이가 오늘부로 험한 재난현장의 임무를 벗어놓고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을 반려견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세중이가 입고 있던 구조견용 주황색 조끼는 후임인 ‘바람’(3)이가 넘겨받았다.

 세중이는 2011년 10월 부산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단에 배치돼 김용덕(42) 소방위와 함께 구조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2월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현장에 277회 출동해 20명을 구하고 시신 9구를 찾아냈다. 전국 인명 구조견 경진대회에서 3차례나 ‘탑독(Top dog)’으로 선정됐다. 날쌘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사료 500g(성인 밥 1공기에 해당)만 먹고, 출동이 없을 때는 야산과 훈련장에서 체력을 다졌다. 하지만 사람으로치면 60살에 해당되는 나이가 되면서 은퇴를 하게 됐다.

김 소방위는 “사료도 마음껏 먹고 건강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애견협회는 세중이를 분양받은 전모(50·여)씨에게 세중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먹을 사료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부산=글·사진 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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