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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정상칼럼쇼 31회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커플데이?…카를로스 '콘돔 판매량 급증에 깜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JTBC '비정상회담'에 브라질 대표로 출연 중인 카를로스 고리토(29)가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비정상칼럼쇼’에서 '브라질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소개했다. 이날 방송은 지난달 17일 본지에 기고 된 칼럼‘[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성탄절을 함께 보내면 연인 관계가 끝난다고?’를 화두로 시작됐다. 방송에는 JTBC 비정상회담에 함께 출연 중인 새미 라샤드(26ㆍ이집트) · 마크 테토(35·미국) · 다니엘 린데만(29·독일)도 참여했다. 이들은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과 각국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소개하고, '연인의 날'이 되어버린 한국의 크리스마스 문화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비정상’멤버와의 일문일답 전문.

-다들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카를로스 “브라질 친구들이랑 브라질 음식 만들면서 ‘브라질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다.”
새미 “집에 있을 예정이다. 여자 친구와 보내는 것이 아니고, 혼자 집에 있을 예정이다.”

-이슬람권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명절이 아니라고 들었다.
새미 “그렇다. 할 게 없다.”
마크 “나는 부산에 갈까 생각하고 있다. 해변도 걸으려고 한다.”

-카를로스가 크리스마스에 관한 칼럼을 썼더라. 소개를 부탁한다.
카를로스 “이번에는 브라질과 한국의 크리스마스 문화 차이에 대해 써봤다. 브라질에서는 연인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면 어느 정도 관계가 진지해야 한다. 그래서 브라질에서는 연인과 크리스마스 보내면 연애는 끝이라고도 말한다. 헤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남자 친구·여자 친구의 관계가 끝나고 이제부터는 결혼을 생각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거다. 또한, 가족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하고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면 서로 선물 교환하는 것도 보게 된다. 그래서 여자 친구한테는 세일하고 있는 저렴한 옷을 선물하고 조카들한테는 비싼 장난감을 선물하면, 여자친구가 그걸 보고 화를 낼 수 있다. 요리나 설거지도 도와야 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에 연인 사이에 갈등도 많이 생긴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면 결혼을 논해야하니 부담스럽겠다.
다니엘 “같은 천주교 나라이기는 하지만 독일은 조금 다르다. 독일에서도 물론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랑 보낸다. 다만, 애인을 데리고 와서 같이 보낸다고 해서 결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귄 지 두 달밖에 안 되었어도 그냥 애인을 데리고 와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한국과 비슷해 보인다.
다니엘 “여자 친구와 둘이 만난다는 게 아니라, 가족 모임에 여자 친구를 데려간다는 거다. 중심은 가족이다. 다만, 가족에게 애인을 소개하고도 헤어질 수 있다.”
마크 “나의 경우 카를로스의 칼럼을 보고 놀랐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연애와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보니 크리스마스가 너무 커플 데이(Couple Day)처럼 되어버려서 섭섭했다. 미국은 크리스마스를 무조건 가족 명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명절을 연인과 보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새미 “아예 크리스마스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면 외롭다. 나도 그렇게 보내고 싶은데 기회가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이집트로 돌아가면 그런 기회가 아예 없다. 그래서 나에게는 크리스마스가 생소하고 새롭다. ”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애인이 없는 경우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서둘러서 애인을 만들기도 한다.
다니엘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매우 많다고 하더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빨리 애인 만들어야지’ 했다가 다음날 헤어지는 경우도 봤다. 한국에서는 빨간 날도 크리스마스 당일 하루뿐인데, 크리스마스가 본인에게 큰 의미가 아니라면 그날 하루를 위해서 애인을 만들거나 애인이 없다는 사실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새미 “크리스마스 때 애인을 만들기가 다른 때보다 더 쉬운 것 같다. 솔로가 모두 애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크리스마스와 발렌타인데이(valentine’ s day)가 섞이는 문화여서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콘돔 판매량이다. 한국에서 콘돔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 날이다. 판매량 데이터를 보고 정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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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신세대인 20대 JTBC 이현 기자가 그런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콘돔은 죄가 없다’리고 해서 ‘성탄절을 계기로 콘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작 콘돔의 핵심 소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이들 상당수가 콘돔을 구입할 수 없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라고 했다. 어떻게 보나.
카를로스 “청소년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청소년의 성 건강도 보호해야하기 때문에 그들도 콘돔을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19금을 몇 세로 하향 조정해야하나.
카를로스 “아예 연령 제한이 없어야 한다. 브라질은 나이 제한이 없다. 어느 정도 콘돔이랑 익숙해 져야 나중에 쓸 때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다.”
새미 “카를로스 형에게 들은 이야기 중 놀라웠던 이야기가 있다. 브라질에는 카니발 행사가 많은데 카니발 행사 때 콘돔을 잘 쓰라고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직접 콘돔을 나누어줬다는 이야기다.”
카를로스 “룰라 대통령이 카니발 축제에서 직접 콘돔을 나누어주었다. 왜냐면 브라질에서 카니발은 개방적인 축제라 사람들이 많이 놀고 어쩔 수 없이 콘돔도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에서 콘돔을 공짜로 지원해줬다.”
다니엘 “원래 이야기를 자제하려고 했는데, 나도 똑같이 생각한다. 콘돔에 대해서는 연령 제한이 없어야 한다. 떠오른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한국에서 친한 형이 나에게 ‘크리스마스라는 단어 떠올리면 어떤 게 가장 먼저 생각나나’ 물었다. 나는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니까 ‘한 하루 정도 쉬면서 가족이랑 따뜻하고 조용하게 크리스마스음식을 먹으면서 보내는 것이 생각난다’라고 했다. ‘형은 어떤 게 생각나느냐’고 되물어보자, ‘신촌에서 모텔 방 구하기 어려운 것’이 떠오른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 하는지 몰랐는데, 연대 다니면서 신촌 자주 돌아다니며 보니까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25일에 많은 모텔의 불이 수시로 켜졌다가 꺼졌다가, 사람들이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했다.”
카를로스 “조금은 섭섭하다. 크리스마스는 신성하고 종교적인 명절인데 꼭 야한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다. 미국은 교회에 가거나,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서로 의미가 깊은 선물을 주고 받거나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이야기밖에 안 나온다.”
새미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서구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동양에서의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다니엘 “이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사랑의 명절’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가족과의 사랑도 지칭하지만 연인과의 사랑도 지칭하기 때문에 나는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부분도 있다.”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한마디로 정리해 달라.
카를로스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 먹고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다. 중요한 것은, 크리스마스 때 보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자주 못 보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는 거다. 크리스마스 때만 보는 거라서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새미 “아까 이집트에는 크리스마스가 없다고 이야기한 건 사실 잘못 말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집트가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성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이집트에 오셨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따라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면 이집트를 빼놓을 수는 없다. 물론 무슬림들은 크리스마스에 할 게 없지만, 국가에서는 기독교인들을 위해서 크리스마스를 휴일로 지정하고 있고, 서로 집을 방문 해 축하해주고 나머지는 교회에서 보낸다. 이집트에는 예수님이 방문했던 교회나 성모마리아가 직접 만진 나무들이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 이집트는 기독교인에게 굉장히 중요한 장소다. 이집트에서 기독교 문화는 아직까지 활발하고 보존되어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가 이집트에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니엘 “독일은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먼저 가족들이랑 모여서 미사를 갔다가 선물을 나누고 음식을 먹는다. 25일은 물론 26일도 쉬는데, 그때는 대가족이 다 모여서 마시고 먹고 그런다. 한국 추석과 비슷하다.”
마크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대가족 모임을 갖고, 교회나 성당에 간다. 돈이 많이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 기부하는 좋은 문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

정리 김유진 인턴기자 kim.yoojin@joongang.co.kr
촬영 김세희 · 최재선 · 조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