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제] 맨해튼 고급아파트 8개월만에 15억원 하락…부동산 하락 조짐?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원57 주상복합빌딩. [중앙포토]

뉴욕의 명소 센트럴파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맨해튼 57번가는 ‘억만장자의 거리’다. 카네기홀이 눈 앞에 있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어진 최신 초고층 주상복합빌딩들이 줄지어 있다. 57번가는 ‘부동산 불패’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이상 현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표적 고급 아파트인 ‘원57(ONE 57)’의 아파트 한 채가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 유럽 출신 투자자인 이 아파트 소유주는 지난 4월 2030만 달러(약 238억원)에 매입했다가 1899만 달러(약 223억 달러)에 처분했다. 8개월만에 131만 달러(약 15억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이 가구주는 지난 5월에 2190만 달러에 이 아파트를 내놨지만 매입자를 찾지 못하자 가격을 내렸다.

이 투자자는 어쩌면 운이 좋은 편인지 모른다. 62층의 아파트는 3170만 달러에 분양됐으나 현재 매도 희망가는 3000만 달러도 안 된다. 작년만 해도 3890만 달러에 호가됐던 걸 감안하면 시장 상황이 급변한 셈이다.

더구나 ‘원57’엔 아직 사람 손 때도 묻지 않은 새 아파트도 9채 분양 중이다.

‘원57’의 몇몇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고급 주택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단정짓기는 이를지 모른다. 그런데 한가지 포인트가 있다. ‘원57’의 분양이 시작된 2011년만 해도 금융 위기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때였다. 맨해튼엔 신축 초고층 아파트가 거의 없었다. 이후 ‘원57’을 시작으로 초고층 아파트 신축 붐이 일었다. 이제 맨해튼 고급주택 시장이 ‘공급 초과’로 바뀔 때가 된 것이다.

고급주택 전문인 부동산중개업자 도너 올션은 “뉴욕 부동산이라고 해서 항상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신축 주택들이 계속 시장에 진입하면서 엄청난 경쟁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