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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카페의 색다른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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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휴식을 접목한 힐링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화이트시크릿 카페를 찾은 직장인들이 천연 소금으로 만든 ‘솔티 힐링룸’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김정한

‘비행기 일등석에서 마사지를 받는다’ ‘낚시하며 커피를 마신다’ ‘천연 소금방에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비행기 좌석을 예약하지 않아도, 멀리 떨어진 낚시터나 북적거리는 찜질방을 가지 않아도 된다. 카페가 다양한 형태의 힐링 공간으로 변신한 덕이다. 연말을 맞아 소모임이나 데이트 장소로도 제격이다. 지친 몸과 마음에 위안을 주는 도심 속 힐링 카페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소금찜찔·삼림욕·안마·낚시 … 차 향기 속에서 힐링

"소금 넣은 커피·음료 맛보고 편백나무 의자에 앉아 반신욕 비행기 1등석서 안마 받아"

#1 직장인 김수정(38·여)씨는 얼마 전 부서 여직원 송년 모임을 카페에서 했다. 분위기 좋은곳에서 수다를 떨기에는 뭔가 특별함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수소문 끝에 천연 소금방이 있는 힐링카페를 선택했다. 동료들은 “술자리가 아니어도 아늑한 공간에서 진솔한 대화도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좋았다”며 만족해 했다. 한 직원은 카페에서의 정기적인 모임을 제안하기도 했다.
#2 대학생 전영상(21)씨는 친구들과의 연말 모임을 조금 특별한 곳에서 보냈다. 장소를 술집이 아닌 낚시터로 잡았다. 도심에 있는 데다 낚싯대를 들고 가지 않아도 되고 찬바람을 막을옷도 챙길 필요가 없었다.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물고기를 잡는 재미도 쏠쏠했다. 전씨는 “매년 술집에서 모임을 해 지겨웠는데 올해는 카페에서 손맛을 느껴 보는 색다른 경험에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

도심 속 카페가 진화하고 있다. 마음과 몸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을 선호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힐링 카페는 커피나 음료 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데이트나 모임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이색 공간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고 파티나 스터디 같은 다양한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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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 힐링하우스를 찾은 여성들이 편백나무 의자에 앉아 반신욕을 즐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카페 퍼스트클래스에 있는 비행기 모형 안마기에서 전신마사지를 받고 있는 모습.

건강 챙기며 휴식
화이트시크릿 카페(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경우 이달 들어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연말 잦은 술자리에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건강과 휴식을 동시에 챙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3층짜리 건물 각 층에는 소금으로 만든 ‘솔티 힐링룸’이 있다. 동유럽의 소금동굴을 모티브로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최고급 천일염으로 꾸몄다. 미세한 소금 입자가 분사되고 음이온과 원적외선이 나오도록 설계됐다. 소금에 들어 있는 몸에 이로운 미네랄 성분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특히 미세먼지로 발생할 수 있는 천식·기관지염·부비강염 같은 호흡기질환 예방에 효과가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평일·주말 구분 없이 직장인·가족·연인·관광객으로 붐빈다. 각종 커피와 음료에도소금 입자를 넣어 ‘건강한 맛’을 살렸다.소금이 들어간 샴푸와 비누 등 친환경용품도 판다. 3층에는 50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파티룸과 테라스를 만들어 건강한 모임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한희진 팀장은 “소금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며 “카페가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힐링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백숲 힐링하우스(서울 문래동) 역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이색 카페다. 편
  백나무로 실내를 장식해 숲에 온 것 같은 상쾌함을 준다. 편백나무 의자에 앉아 차 한잔의 여유와 족욕·반신욕을 즐길 수 있고 골반 교정도 가능하다. 국내산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천연화장품, 편백나무로 만든 가구, 도마·베개·공기청정제·입욕제 같은 생활용품도 인기가 높다.
  약다방 봄동(서울 동교동)은 16명의 한의사가 힐링을 테마로 만든 카페다. 몸 상태와 그날 기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골라 마실 수 있다. 스파를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스파 카페 수목어(인천시 부평5동)도 있다. 수영복을 입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차를 마시며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안마와 낚시 등 이색 체험을 하거나 심리 상담으로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카페도 등장했다. 카페 퍼스트클래스(서울 신천동)는 초대형 비행기 에어버스 380의 1등석과 흡사한 좌석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전신 안마기와 눈 안마기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고급 호텔과 유명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고급 원두로 만든 커피와 국산 한방차가 무료로 제공된다. 모든
좌석에 커튼을 설치해 혼자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힐링할 수 있다. 특히 포토 아이스크림은 이색적인 볼거리다. 원하는 사진을 카카오톡이나 메일로 전송하면 ‘포토머신’이 커피나 아이스크림 위에 사진을 선명하게 그린다.

교수가 심리 상담
카페테라피(서울 동숭동)는 대학의 심리 상담 교수가 운영한다. 심리검사 도구를 이용해 개인·부부·가족·집단 간 관계 회복을 위한 상담을 한다. 병원이나 전문클리닉이 아닌 카페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며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프로젝트 시설이 완비된 스터디룸도 마련돼 있다.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낚시터와 카페를 결합한 LOVE낚시카페(서울 신림동)다. 320㎡ 남짓 공간의 수조에 비단잉어·향어·메기·금붕어 등 물고기5000여 마리가 있다. 가장 큰 물고기를 잡은 손님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열린다.
머무르는 시간만큼 요금을 받는 카페도 있다. 카페 큐브(서울 신도림동)에서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커피와 음료는 무료로 제공 된다. 책 500여 권, 개인 컵, 와이파이 등 휴식이나 업무에 필요한 환경을 갖췄다. 한국트렌드연구소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힐링 카페의 등장은 고도의 스트레스 사회에서 이를 해소할 만한 공간을 찾으려는 소비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라며 “건강에 대한 관심과 카페가 만나 힐링 카페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 것처럼 앞으로도 카페 문화는 다양한 테마와 결합하면서 진화하거나 세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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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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