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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주의 좌충우돌 한식 알리기] 우엉잡채·조랭이떡꼬치 … 밀라노에 뜬 한식 푸드트럭 90분 만에 600인분 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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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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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꼬치와 김치 불고기 번(bun), 육포 등을 한데 선보인 한식 푸드트럭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외국인들. [사진 한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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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주

밀라노 엑스포(5월 1일 개막)를 두 달 앞두고 이탈리아를 찾았을 때,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원래 한국관광공사 음식쇼핑팀에서 엑스포 한국관 홍보를 위해 기획한 것은 한식 푸드트럭이었다. 개막 일주일 전부터 밀라노 시내를 돌아다니며 현지인·여행객들에게 한식을 맛보게 하고 엑스포 내 한국관을 찾게 하자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사전답사를 가보니 알지 못했던 제약 조건이 있었다. 푸드트럭에서 일할 모든 셰프가 이탈리아 해썹(HACCP·식품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고 했다.

 음식도 문제였다.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과는 다르게 밀라노에선 한식 경험을 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물론 엑스포에는 다양한 외국인이 찾을 것이나 자국에서 열리는 만큼 이탈리아인의 반응이 중요할 터였다. 게다가 이탈리아인은 자국 음식을 가장 선호하며 다른 나라 음식에는 폐쇄적인 편이다.

 하지만 돌파구가 없진 않았다. 이탈리아와 우리는 같은 ‘반도 국가’로 열정적인 성격과 정이 많은 태도가 닮았다. 음식에도 매운 고추나 멸치 젓국(이탈리아에선 안초비)류를 공통으로 쓴다. 이에 따라 한식을 하되 밥은 리소토, 면은 스파게티 등으로 풀어 나가면서 맛의 차별화를 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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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주의자가 많은 유럽임을 감안해 불고기는 콩고기로 대체했다. 김치를 물기 없이 볶은 뒤 찐 불고기 속에 버무리고 매콤한 맛을 더해 찐 호빵에 넣었다. 떡볶이는 가래떡 대신 조랭이떡으로 만들어 긴 꼬치에 꽂아 주기로 했다.

  두 달간 행사 준비를 마치고 밀라노에 도착한 첫날 밤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있을 이탈리아 HACCP 자격증 시험 때문이었다. 우리 셰프 6인은 한국 음식을 만들어낼 국가대표와도 같은데, 만약 이 시험에 붙지 못한다면 나라 망신은 차치하고 행사에 쓸 음식들은 누가 만들어낼 것인가. 오전 8시 시험장에 도착해 이탈리아 음식 안전법에 대한 교육을 8시간 받고 바로 치른 시험에서 다행히 전원이 통과했다. 고3 때 대입시험 이후 이토록 기쁜 합격이 없었다.

  푸드트럭 첫날인 4월 24일, 우리의 서울역과 같은 카도르나 역 광장에서 600인 분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과연 사람들이 올까 하는 우려를 뒤엎고 음식은 한 시간 반 만에 동이 났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메뉴는 우엉잡채였다. 1인분씩을 종이 호일에 싸서 하얀 꽃송이처럼 만든 후 찜기에 넣어 찌니 바로 만든 것처럼 따끈한 잡채를 낼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입소문을 타서 마지막 날인 4월 30일에는 총 4000여 명의 방문자에게 한국관 홍보 엽서를 나눠줄 수 있었다.

  ‘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라는 테마로 열린 밀라노 엑스포는 6개월간 2000만 명이 넘는 방문자가 찾았다. 발효를 키워드로 ‘음식이 곧 생명이다’라는 주제를 담은 한국관에만 2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들렀다. 아쉬움이 있다면 기아 대책 및 미래의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풍속이 우리의 두레·품앗이 음식 문화에 있단 걸 널리 알리지 못한 것이다.

한윤주 한식레스토랑 ‘콩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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