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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언론의 자유와 책임 재확인한 ‘가토 무죄’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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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을 보도한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에 대해 어제 법원이 무죄 판결을 했다. 이번 판결은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란 두 가지 가치에 대해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검찰이 가토 전 지국장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가토 전 지국장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나고 있었나’라는 제목의 인터넷판 칼럼을 통해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씨와 밀회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이동근)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은 맞지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문이 허위임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해도 세월호 침몰이라는 중대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행적은 공적인 관심 사안인 만큼 언론 자유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로 정부와 검찰은 과잉 대응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간 대법원은 명예훼손 소송에서 “국가기관의 업무 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항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공직자 보도의 경우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게 판례로 굳어져 왔다. 정부·공직자 관련 보도에 대해 소송과 검찰 기소가 남발될 경우 언론의 자유와 비판 기능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검찰은 언론 자유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가토 전 지국장의 보도가 윤리적 면죄부까지 받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신문 기자란 직업인으로서 사실 확인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을 마치며 “언론 자유의 한계를 인식하고 건전한 언론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무책임한 보도가 계속될 때 언론이 설 공간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