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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형형색색 불빛, 희망을 수놓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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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의 차밭은 겨울에 더 눈부시다. LED 전구 300만 개가 차밭을 따라 형형색색의 물결을 이룬다. 화려한 불빛 장관이 크리스마스에도, 연말연시에도 이어진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송년 인사를 올립니다. 다음주 금요일이 하필이면 크리스마스이어서 week&이 발행되지 않습니다. 오늘 배달되는 week&이 을미년(乙未年)의 마지막 week&입니다.

겨울은 축제의 계절

송년호가 너무 일러 커버 사진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week&송년호 커버는 일출이나 일몰 사진이 장식을 했습니다. 송년호를 위해 사진기자가 두 달 전부터 준비를 하곤 했지요. 그러나 올해는 진즉에 해 사진을 포기했습니다. 12월 18일은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의식보다, 크리스마스가 더 어울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당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충남 아산의 공세리성당에서 작업도 했지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싫었습니다.

고민 끝에 전남 보성의 차밭에서 개막한 빛 축제 현장을 송년호 사진으로 정했습니다. 축제가 지난 11일 시작한데다, 형형색색의 불빛이 주는 느낌이 활기차 보였기 때문입니다. 1999년 처음 열린 보성차밭 빛 축제는, 무엇보다 시사하는 바가 큰 축제입니다.

보성 하면 차밭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인파가 차밭을 보러 보성을 방문합니다. 그러나 겨울에는 인적이 뚝 끊겼습니다. 바싹 말라 누런 겨울의 차밭은 다른 계절의 차밭처럼 사람을 불러모으지 못했습니다. 그 휑한 겨울의 차밭에 불을 켠 것이 빛 축제입니다. 올해는 LED 전구 300만 개가 불을 밝힙니다. 모두가 주어진 조건 안에서 좌절할 때, 보성은 주어진 조건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보성차밭 빛 축제는 이제 겨울 남도를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올해도 일이 많았고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해마다 송년인사를 드리지만, 단 한 해도 어려움이 없었다고 적지 못했습니다. 여행 업계는 올해도 버거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시름에 빠졌습니다. 나라 전체가 휘청댔지만, 여행 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연말이라고 나아진 것도 없습니다.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고, 파리 테러사건 여파로 뒤숭숭하기만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은 올해도 다름없이 우울하고 어둡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밝은 분위기를 내려고 애썼습니다. 커버 사진도 한껏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전국의 겨울축제 정보도 빼곡히 담았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다 괜스레 슬퍼 마시라고, 남은 2015년을 부지런히 더 즐기시라고 아무렇지 않은 체했습니다. 달력을 보십시오. 2015년이 아직 14일이나 남았습니다. 14일이면 전국일주 여행을 갔다와도 남는 시간입니다.

하여 올해는 새해 인사를 드리지 않으렵니다. 올해도 고생하셨다고, 내년에는 부디 꿈을 이루시라고 덕담하지 않으렵니다. 오늘은 올해 52번이나 있는 금요일 중의 하루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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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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