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디지털 사설] 미국 금리 인상, 올 것이 왔을 뿐이다

중앙일보

입력

결국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 예상대로 0.25%다. 7년 만에 사실상 제로금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공은 던져졌고 시장의 대응만 남았다. 일단 1년 여를 끌어온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더 많은 불확실성이 남았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당장 금리 인상 속도가 문제다. 얼마나 빨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릴지가 관건이다. 시장의 다수설은 내년 말 연 0.5~1%다. 예상치를 벗어나 파격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기는 연준도 쉽지 않다. 신흥국 금융위기나 중국의 위안화 절하 공세는 미국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이다. 7년간 이어진 미국의 제로 금리는 신흥국에 약 12조 달러의 돈이 풀려나게 했다. 신흥국들은 이런 돈의 힘으로 버텨왔다. 들어왔던 달러가 급속히 빠져나가면 취약국가인 러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금융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마침 브라질은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했고, 대통령 탄핵이 진행 중이라 안팎의 악재가 겹쳤다. 특히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신흥국 위기는 어떤 식으로라도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흥국 수요 감소로 우리 수출이 타격을 받는 것은 기본이요, 자칫 우리도 글로벌 금융이탈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중국·유럽·일본의 움직임이 미국과는 반대란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미 금리 인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럽·일본은 양적완화(QE)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15일 위안화를 달러 연계에서 풀어내 다른 주요 통화와 연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의미다. 16일 위안화가치는 달러 당 6.4626위안으로 4년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세계 주요 은행은 내년엔 달러 당 7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강대국 간 환율전쟁이 벌어질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뜻이다. 이래저래 변수가 많은 만큼 개방형 강소 경제인 한국 입장에선 대처가 더 어렵다. 게다가 한국경제 위기론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국제 통화 전쟁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대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크게 보면 미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대형 악재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증권 시장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 증시는 미국 금리 인상을 수개월 전부터 기정사실화 해 이미 많은 조정을 받아왔다. 그런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장기적으로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외환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있다. 한국은 연 100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36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있다. 이 정도 방파제라면 신흥국 전체를 삼키는 큰 쓰나미가 아닌 한 한국을 외환위기의 파고로 몰아넣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옐런 미 연준 의장이 밝힌 대로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느리다면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다. 내년 말까지 미국이 1%를 올리면 한국 수준(1.5%)과 비슷해진다. 내년 하반기까지는 한국이 금리 인상 미룰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말을 뒤집으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1200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와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풀어낼지 해답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라마다 실력이 드러날 것이다. 미 금리 인상은 양날의 칼이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악재와 호재가 갈릴 것이다. 한국경제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남은 6개월 동안 서둘러 좀비기업을 정리하고 구조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 부동산과 가계부채 연착륙에 총력을 펼쳐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코앞인 선거에만 정신을 팔고 지금처럼 정쟁을 되풀이했다간 내년 한국 경제호가 정말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