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비(Humvee)보다 ‘센 놈’이 온다. ‘센 놈’은 자동차 매니어들 사이에 쓰이는 은어, 험비는 미군이 사용하는 고기동성 다목적 차량이다. ‘미군의 얼굴’로 통한다. 그런데 한국군이 험비보다 성능이 우수한 소형전술차량(지프와 유사)을 개발해 내년에 실전배치한다. 16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결정이다.
속도·힘 더 뛰어나지만 값은 절반
기아차 개발 … 내년 60대 실전 배치
김시철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2012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개발해 시범 운용한 결과 실전에 배치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우리 군이 사용하던 4분의 1t, 5분의 4t 차량을 대체하게 된다. 새로 배치되는 소형전술차량은 미군 험비보다 속도나 힘이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31개월 동안 정부가 투자하고 기아자동차가 개발한 한국형 험비가 전방지역을 누비게 됐다. 육군은 그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판매 목적으로 제작된 레토나와 렉스턴 등을 도색해 사용해 왔다. 하지만 험한 작전지역을 다니면 쉽게 고장 나고 장갑 능력이 없어 지휘차량을 비롯해 기갑수색·관측·정비 등 네 가지 종류의 전술차량을 개발해 왔다.
군은 계획 물량 2100여 대 중 내년에 60여 대를 우선 배치한다.
한국형 험비는 미군의 험비처럼 독립현가 장치(네 바퀴가 각각 충격을 흡수)와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최고속도와 힘이 각각 135㎞와 225마력으로 험비(시속 115㎞, 190마력)보다 우수하다. 반면 가격은 2억2000만원인 험비의 절반(1억1700만원) 정도다. 차량 안에 네트워크 시스템을 장착해 다른 부대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펑크가 나도 일정 속도 이상을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해 타이어가 소총 공격을 받아도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차량과 승차인원을 보호하는 방호능력, 기동능력 역시 과거보다 한 단계 위라고 한다. 김 대변인은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방추위는 F-4·F-5 등 노후한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과 관련해 다기능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의 개발과 체계통합의 연계성을 고려해 담당 기관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수정했다. ADD는 2006년부터 AESA 레이더를 개발해왔다.
방추위는 또 미국 측이 8000억원의 위험관리비용을 요구해 사업이 중단된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을 진행할 업체를 록히드마틴사로 바꾸기로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록히드마틴과는 기존 BAE 시스템사(25억 달러, 4조9400여억원)보다 사업비가 19억 달러(2조2400여억원)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