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산하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 사무실에서 만난 메이덴 쿠리치(Mladjen Curic·67)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 교수는 ‘구름 물리학자’다. 1978년 기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40년 가까이 구름을 연구했다. 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빗방울이 생성되는 원리가 연구대상이다.
‘구름 물리학자’ 쿠리치 교수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 개발 도와
“비 예보 틀리면 짜증, 다 똑같아”
“하늘 위 구름은 높은 산을 만나거나 돌발적인 기류 변화가 생기면 두 개로 나눠지기도 하고 그러다 하나로 뭉쳐지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구름이 쪼개지면 멀찌감치 떨어진 두 지역에서 비가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측이 어려워요.”
쿠리치 교수는 수치 예보 모델 중 구름 분야를 사업단 직원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지난 6일 한국을 찾았다. 수치 예보 모델은 기상학과 수학이 결합한 융합 학문이다. 구름 속 물방울 생성과 기류 및 기온 변화 등을 수학 방정식으로 바꾼 뒤 이를 수퍼컴퓨터로 계산해 일기예보에 활용한다. 기상청은 영국기상청에서 수입한 ‘유엠(UM)’ 모델을 날씨 예보에 사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수치 예보 모델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영국, 일본 등 8개 국가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2010년 사업단이 꾸려져 한국형 수치 예보 모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쿠리치 교수 등 구름 물리학자들은 수치 예보에서 사용되는 구름 방정식을 만든다. 그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동유럽과 기후적 특성이 비슷해 내가 만든 구름 방정식을 활용하면 독자적인 수치 예보 모델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유럽국가는 공통적으로 영국 등과 비교해 기상 관측 장비가 넉넉치 않다. 그래서 70년대부터 수학을 활용한 일기예보가 발달했다. 장비 부족을 수학으로 메우려한 것이다.
쿠리치 교수는 “영국에서 기상학을 연구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구름 관측용 비행기가 없어 수학을 기반으로 구름을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반경 500m의 구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구름 방정식을 만들었다. 정확도는 70~80% 수준이다. 그는 “일기예보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구름과 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날이 맑으면 사람들은 일기예보가 틀렸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비 예보가 틀리면 ‘또 틀렸어’라며 짜증부터 냅니다. 이건 한국이나 세르비아나 마찬가지 일겁니다. (웃음) 그래서 구름 물리학자가 필요한 겁니다.”
글=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