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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정상칼럼쇼 30회

연말특집 - '알베르토' 모아보기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20일 첫 방영을 시작한 '비정상칼럼쇼'가 12월 16일, 방영 30회를 맞이했다. '비정상칼럼쇼'는 중앙일보 지면에 ‘비정상의 눈’ 칼럼을 연재 중인 알베르토 몬디 등 JTBC 비정상회담 출연진 4명이 벌이는 본격 칼럼 토크쇼다. 직접 작성한 칼럼 주제를 설명하면 다른 논객들이 자신의 시각을 곁들여 칼럼 주제를 검증하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방송 진행은 본지의 강찬호 논설위원이 맡으며, 매주 오후 2시 방영된다. 이번 방송에서는 연말특집으로 그동안 방영된 방송 중 알베르토 몬디 (31·이탈리아)가 나오는 하이라이트 부분을 모아 편집했다.

다음은 이날 방송된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비정상’멤버와의 일문일답 전문.

[비정상칼럼쇼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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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중앙일보의 비정상회담 멤버들이 연재하고 있는 칼럼, ‘비정상의 눈’이 인기가 많아 샘이 날 지경이다. 논설위원들이 쓴 글 가지고는 독자들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는데, 비정상의 눈을 읽고는 젊은 여성 독자들이 전화를 해온다. 외국인이 한국어로 칼럼을 썼기 때문에 ‘대필 아니냐’하는 이야기도 있더라."

알베르토 “내가 쓴 것이다. 정말 힘들다. 타일러나 다니엘 같은 경우는 한국어 공부도 많이 해서 글도 굉장히 잘 쓴다. 하지만, 나는 한국어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거의 없다. 한국어로 글을 잘 쓰지도 못한다. 그래서 칼럼 한번 쓰려면 3~4시간이 걸린다. 7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 먼저, 말하는 것처럼 글을 써놓고 해당 단어를 찾아 다시 고쳐 쓴다. 말하는 거랑 쓰는 거랑 다르기 때문이다.”

다니엘 “형이 대단한 거다. 우선 형의 아내가 한국분이시니까 당연히 아내랑 상의해서 쓸 줄 알았다."

알베르토 “처음에 아내한테 도와 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아내가 옆에 앉아서 같이 쓰려고 한 적이 있는데 결국 싸웠다. 부인이 나를 도와 몇 문장 써주었는데, 내가 말하려는 것과 조금 달랐다. 나는 불만이 계속 생겼고, 결국, 아내가 ‘네가 알아서 써라’라고 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지금 힘들게 쓰고 있다.”

[비정상칼럼쇼 7회 ‘식당·수퍼 식재료 절반을 그 지역 생산물로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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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올해 밀라노에서 엑스포(EXPO)가 진행되고 있다. 엑스포의 주제는 음식 문화다.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는 음식 문화와 관련되어있다. 환경오염 · 공정거래 · 가난 등 많은 이슈들이 음식 문화에서 비롯된다. 이태리의 경우 슬로우 푸드(slow food)에 관심이 많다. 최근 이태리에 다녀왔는데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음식재료만 판매하는, 로컬(local) 음식만 다루는 슈퍼와 레스토랑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는 로컬 푸드(local food)에 대한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아 이를 알리고자 칼럼을 썼다.

다니엘 “이번에 이탈리아에 있는 알베르토의 집을 함께 방문했는데 정말 부러웠다. 형 할머니가 직접 정원에서 키운 토마토로 파스타를 만들어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파스타였다.”

[비정상칼럼쇼 9회 ‘한국은 구석구석이 숨어 있는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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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최근 한국으로 관광 오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같이 한국과 가까운 나라에서 많은 관광객이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서울 · 부산 · 제주도 밖에 모른다는 거다. 가끔가다가 경주 · 전주 · 안동을 둘러보는 정도다. 너무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람들도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홍보가 잘 안 되어 있어 그런 듯하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다. 하지만, 관광시설은 너무 부족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장소들이 만약 이탈리아에 있었다면 호텔이나 휴양지 같은 관광시설이 아주 많았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의 도시들이 홍보에 힘쓰고 있는 것 같다. 이름도 붙여주더라. '컬러풀(colorful) 대구', '다이내믹(Dynamic) 천안'.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도시 구경은 별로 할 만하지 않다. 오히려 자연 환경이나 옛날 마을이 더 매력적이다.”

마크 “알베르토는 숨은 명소 찾기 전문가다. 얼마 전 함께 이탈리아를 다녀왔는데, 나도 모르는 이탈리아 시골 도시를 데려갔다. 나도 이탈리아계 미국 사람이라 이탈리아를 많이 가봤지만, 처음 가보는 곳이었고 정말 아름다웠다. ”

알베르토 “나는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고, 일 때문에 지방 출장이 잦기도 하다. 지방에 혼자 내려가게 되면 가끔 놀러다니기도 한다. 특히 경상도나 강원도, 전라도에 가보면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가 창 밖을 보면 아주 예쁜 마을들이 보이곤 한다. 그러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그곳을 구경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여기는 참 아름다운데 왜 관광시설이 없을까’하고 자주 의아해 했다. 또한, 요즘 한국에서 캠핑이 인기지만 아직 시작단계인 것 같다. 유럽에는 캠핑장이 많아서 돈 없는 젊은이들도 텐트만 있으면 놀러다닌다. 전국여행을 하기도 한다.”

[비정상칼럼쇼 13회 ‘음악의 나라 한국에 라이브 공연장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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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외국인으로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특히 ‘이탈리아 음식이 그립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건 음식보다는 라이브 공연이다. 이탈리아에선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밤에 친구를 만나 맥주 한잔 하며 라이브 공연을 보곤 했다. 한국에 왔더니 라이브 공연을 보기가 쉽지 않더라. 홍대밖에 없다. 한국 사람들은 노래도 잘 부르고 한국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데 라이브 공연을 보기 어렵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런 점이 의아해서 칼럼을 써보았다. 나는 대학생 때 밴드 활동을 했다. 베이스를 쳤는데, 우리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공연을 했다. 대단한 밴드도 아니다. 연습해서 술집마다 공연하는 날이 있으니까, 거기서 연주하는 거다. 술집 사장님한테 우리 밴드가 녹음한 CD를 건네주고 사장님이 공연해도 괜찮다고 하면 바로 초대된다. 그렇게 하면 나의 친구들도 공연을 보러 오고, 사람들도 술 마시며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니까 손님이 많아진다. 내 입장에서도 사장님이 십만 원씩 주어서 용돈 벌이도 되었다. 만약 손님이 많이 안모이면 돈은 주지 않지만 대신 맥주와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태리에서는 마을과 도시마다 이런 술집이 많다.”

[비정상칼럼쇼 25회 ‘선진국인 한국이 왜 해외 입양을 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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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최근 예능 방송에서 입양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나도 이제 결혼한 지 오래되어 아기를 갖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 입양된 사람을 만난 적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입양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40년 전에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입양된 여성이 한국 정부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녀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관심도 없었고, 올 생각도 없었다더라. 어차피 본인은 이탈리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통역사를 찾고 있어서 나와 연락이 닿게 되었다. 그분이랑 거의 2주일 동안 한국에서 같이 다녔다. 그러면서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다. 바로 친부모님을 만났을 때다. 살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중 하나다. 요즘 한국은 굉장히 잘사는 나라다. 그래서 외국으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없을 줄 알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을 많이 보내더라. 왜 한국은 입양을 외국으로 보내는지 생각해봤다. 예전에 통역을 도와드릴 때 나는 그 어머니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 출산을 했는데 남자가 도망가버렸다고 하더라. 미혼모였던 거다. 게다가 그때는 40년 전이라 제대로 아이를 키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딸을 사랑했지만 더 좋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 입양을 보냈다고 한다. 40년이 지난 후 딸을 다시 만나서 후회가 없다고 하더라. 자신의 딸이 해외에 나가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있던 무거운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것 같았다. 나는 입양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그렇지만, 의아한 것은 왜 국내가 아닌 해외로 입양을 보내느냐는 거다. 아마 이탈리아가 입양에 대해 더 긍정적인 시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불임 부부거나 아이를 많이 키우고 싶은 부부들은 입양을 해도 괜찮다고 본다. 이탈리아의 경우 브라질 사람이나 아프리카 사람도 많이 입양하고 당연히 이탈리아 사람도 입양한다.”

정리 김유진 인턴기자 kim.yoojin@joongang.co.kr
영상 편집 김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