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 상담소] 방학은 공부의 질을 높이는 시간, “오늘 뭐 했어” 닦달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2015.12.16 00:02

업데이트 2015.12.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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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신은주 성신초 교사·송진호 메타학습연구소 대표·박철범 『방학학습법』 저자


겨울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녀의 방학은 부모에겐 개학’이라는 말이 있죠. 학교에 있던 낮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된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학부모가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생겨난 말일 겁니다. 특히 워킹맘이라면 아이의 방학 중 시간 관리가 큰 고민으로 다가옵니다. 겨울방학을 앞둔 학부모 고민의 답을 찾아봤습니다.

겨울방학 자녀의 시간 관리

Q. 직장 있는 동안 애들이 뭐할지 … 학원 알아보고 있어요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형제를 둔 직장맘입니다. 곧 겨울방학이 다가온다고 들떠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우울하기만 합니다. 아이의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직장맘은 전쟁 같은 일상을 치러내야 하거든요. 제가 직장에 나와 있는 시간 동안 행여 게임에만 빠져들진 않을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모아 사건 사고에 휘말리진 않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벌써부터 학원을 알아보며, 학원 시간표를 짜고 있는 이유도 사교육을 시키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제가 없는 시간 동안 학원에라도 가 있어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죠. 이번 방학 때도 다시 이런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아이들 스스로 시간관리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 정말 없을까요?(이모씨·47·서울 관악구 봉천동)

Q. 예비 고1인데 스스로 공부할 줄 몰라요

외동딸이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합니다. 사춘기도 무난하게 넘겼고 주어진 일은 성실하게 하는 편입니다. 주변에선 “○○엄마는 딸이 착해서 참 좋겠다”고 부러워하지만, 제 불만은 딸이 ‘시키는 것만 잘한다’는 사실입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학교나 학원에서 부여한 과제를 꼼꼼하게 하는 정도만으로도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는데, 고등학교에 가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있는 학생들이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혼자 힘으로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해보라”고 얘기하면,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이 교재, 저 교재를 번갈아 들춰보며 시간만 보내고 있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고등학교 가기 전, 이번 겨울 방학에 아이에게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최모씨·49·서울 중랑구 묵동)

A. 방학 계획, 시간 단위 계획보다 목표부터 정해야죠

학기 중의 시간 계획과 방학 계획을 짜는 방법은 다릅니다. 학기 중에는 학교 수업 시간이 꽉 짜여 있는 상태라 자유 시간에는 예습과 복습을 하며 학교 과제를 수행하는 정도로 시간 관리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방학은 한 달 이상의 기간에 대한 계획을 짜야 합니다. 이 기간을 학기 중 계획표 짜듯 시간 위주로 나누게 되면, 굉장히 지루하고 수동적인 시간표를 만들기 쉽습니다. 게다가 부모님이 만든 빡빡한 학원 시간표라면 학생은 계획표에 의해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다가 개학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유 기간이 통째로 주어진 방학 계획은 시간 단위가 아니라 목표 단위로 짜야 합니다. ‘영어 원서 3권 이상 읽기’나 ‘수학 문제집 2권 풀기’처럼 학습에 대한 목표와 ‘수면은 7시간 이하로 줄이기’ ‘내 방 청소 내가 하기’ ‘매일 아침 신문 읽기’ 등 생활 습관에 관한 목표도 좋습니다. 가족끼리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다면 아이에게 일정한 역할을 맡겨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을 방학 목표의 하나로 추가시키는 것도 추천합니다. 첫 번째 사연자의 경우, 중학교 1학년인 첫째 아들에게는 전체 경비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계획을 세워보게 하고,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에게는 여행에서 돌아올 때 지인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지 아이템 선정과 비용을 산출해보게 하는 겁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계획의 중요성,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돈의 소중함 등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목표가 선명해지면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시간 단위로 하루 생활 계획표를 구성합니다. 이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방학 중에는 학습 분량보다 질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하라는 겁니다. 수학을 예로 들면, ‘무조건 하루에 문제집 10쪽씩 푼다’를 계획할 게 아니라, 한 문제를 가지고 30분 이상 고심해볼 수 있는 시간 여유를 누리게 하라는 의미입니다. 학기 중에는 시간에 쫓겨 할 수 없었던 사고력 향상을 위해 자신과 싸우며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하는 게 관건입니다.

고등학생을 위한 방학 계획이라면 양과 질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과목별로 교과서와 기본 개념서를 구매해 3회 정도 정독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합니다. 구체적이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했을 때의 기쁨도 느껴본다면 방학이 분명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두 번째 사연처럼 성실함을 갖췄으나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 중에는 목표 의식이 희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막무가내로 “스스로 공부하라”고 윽박지르기보다는 학습법과 진로 목표 설정에 도움을 주는 책을 먼저 읽게 하기를 권합니다. 이런 책을 읽으면 학습 방법에 대한 요령을 많이 얻을 수 있고, 이를 학습에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공부의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자녀의 방학을 큰 그림으로 바라보라는 겁니다. 하루 목표, 일주일 목표 하나하나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닦달한다면 결코 아이의 자기주도적 성향은 기를 수 없습니다. 방학은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선행학습을 통해 공부할 내용을 미리 알아가는 것보다 공부에 대한 호기심과 성실함, 열정이 커졌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길 바랍니다. 이런 여유 있는 자세가 이번 방학의 질을 높여줄 겁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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