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영지 기자의 '한끼라도'] 맛난 김장 김치 만드는 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주변에 요리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이 많습니다. 만나면 식료품 매장에 새로 들어온 외국 식재료, 노량진 수산시장 형제상회의 이번 주 석화 값에 대해서 얘기하는 친구들입니다. 음식 만드는 것도 좋아해 한식 갈비찜부터 태국식 톰양쿵, 일본식 자루소바와 프랑스식 해산물 수프까지 레시피 얘기만 해도 밤을 새는 관계이지요.

그런 우리들에게도 '넘사벽' 메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김치입니다. 시어머니나 엄마가 보내주는 김치나 식료품점에서 파는 김치 명인의 김치도 충분히 맛있지만 '거기까지' 손을 대는 게 좀 겁이 나기는 합니다. 보통 음식을 할 때는 한 접시, 한 소쿠리 정도만 만들지만 어쩐지 김치는 판이 좀 커져야 할 것 같기 때문이죠. 배추 포기를 늘어 놓고, 양념을 채우고,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겁니다.

올해 김장철에는 눈 딱 감고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혼자 레시피 펼쳐놓고 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올해 두 번째 개최한다는 김치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지난해는 무료였고, 올해는 유료였습니다. 호텔에서 21년 동안 김치만 연구한 이선희 명인이 영화 '식객' 세트장처럼 차려 놓은 명월관 마당에 나와 직접 김치를 가르쳐줬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배추 고르는 법, 소금에 절이는 법, 양념 속 만드는 법, 숙성하는 법까지 이조리장의 노하우를 귀기울여 듣고 왔죠.

우선 배추에 대한 설명부터 들었습니다. 길이가 짧고 통통한 전라도나 충청도의 월동 배추보다 작고 이파리가 얇아 아삭한 맛이 나는 전라남도 해남 배추가 명품이라는 겁니다. 11월 말부터 5월까지도 시장에 나오는데 배추 중에서는 '금값'이라고 하네요. 소금은 간수를 완전히 빼 떫은 맛을 제거한 질 좋은 소금을 이파리 사이에 듬성듬성 뿌려줍니다. 배추 10kg에 소금 700g, 배추 100kg에 소금 7kg, 대략 이렇게 계산하면 됩니다. 이렇게 투염한 배추는 물이 3분의 2쯤 담긴 그릇에 넣어 김장용 무 같은 무거운 걸로 눌러주는데, 이렇게 염장하면 압력에 의해 줄기와 뿌리가 똑같이 보들보들해진다고 합니다.

절인 배추에는 고춧가루를 뿌려줍니다. 굵은 고춧가루는 이에 끼고, 곱게 간 고춧가루는 풍미가 줄어든다니 선택하기 나름인 듯 합니다. 양념장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겁니다. 서울식 김치는 이북 김치 영향을 받아 시원하고 화려한 맛이 특징이지요. 양념속이 그 맛을 결정합니다. 양지 육수, 배, 마늘, 생강 등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데 이날 배운 양념속의 포인트는 새우젓과 민물새우가 아니었나 합니다.

새우젓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계절에 따라 추젓, 오젓 등 종류가 다양하다지요. 이날 쓴 건 광천토굴에서 지난해 봄에 담가 저온숙성한 육젓이었습니다. 눈과 꼬리가 생생하게 붙어 있더군요. 민물 새우는 바다 새우가 나오기 직전, 물이 얼기 직전에 잡은 새우라 맛이 시원하고 담백하다고 합니다. 이걸 적당량 다져서 쓰면 김치에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이제 고춧가루 뿌린 배추에 갖은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속을 바를 차례입니다. 이파리가 아니라 뿌리쪽을 한겹한겹 들어내 그 빈 틈을 꽉꽉 채워주는 게 포인트라고 했습니다. 이파리는 맛이 잘 들지만 양념의 '은총'을 받지 못한 흰뿌리 부분은 맛없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바로 속채우는 기술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세 포기 속을 채우고 나니 겨울의 초입, 야외 마당에 서있는데도 땀이 송글송글 났습니다. 다들 열심히 속을 채우는 사이 양념장을 곁들여 배춧잎 하나를 맛봤습니다. 시원하고 개운했습니다. 갓 담근 김치맛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요.

김장이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거 아시나요. 김치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김치에 대한 관심이 단지 사명감 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맛과 영양, 그 두 가지를 솔직하게 평가받는 시대가 된 겁니다. 지금 배워두면 나중에 나이들어 할머니가 됐을 때 후회할 일이 하나 줄어들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서울식 김치 말고 경상도나 전라도 김치를 배워봐야겠습니다.

강남통신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이영지 기자의 한끼라도]
만능 샐러드 드레싱
치즈를 이용한 술안주 만들기
간편하고 건강한 테이크아웃 곰국
튀김 요리 완전 정복!!
아침 메뉴로 스페인 타파스 어때요
'초록색 감자' 같은 아보카도, 맛있게 요리하는 법
한때 '악마의 식재료'였던 버터

▶강남통신 기사를 더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