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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배럴당 35달러 아래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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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의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원유 시장에선 경쟁자를 몰아내려는 ‘치킨 게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선 오전 장중 한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격이 배럴당 34.53달러를 기록, 35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이래 최저치다. 원유가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꽁꽁 얼어붙어 가격이 급락했던 시기로 돌아간 셈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도 내년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37.92달러에 마감했다. 2008년12월 24일 이후 최저가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가격 하락은 당분간 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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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시장참여자들이 유가 추가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공급 과잉은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 TV는 “석유수출국기구는 생산을 최대화하고 있다”며 “목표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유가 하락에 따라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4일 현재 배럴당 2.01달러를 기록, 1달러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스타벅스의 스몰사이즈 커피 한잔(2.15달러)보다 싸다.

한편 유가 하락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유가가 떨어지면 인플레 상승을 가로막아 Fed의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알렉스 폴락 미 기업연구소 상근연구위원은 이날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최근의 에너지 가격 하락은 Fed의 전망과 다른 것"이라며 "2015년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원유가 상승을 전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Fed는 최근 "원유가 하락이 물가에 끼쳐온 부정적 영향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 재현된 유가 하락은 Fed의 전망과 어긋나는 것이다. 시장에선 원유가 하락으로 Fed의 금리 인상 속도는 예상보다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Fed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08년 12월 이래 계속해온 '제로금리'시대를 끝내고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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