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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윤봉길 의사 유적지 오류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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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진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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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사회부문 기자

매헌(梅軒) 윤봉길(1908~32) 의사 순국 83주년 기념일(19일)을 앞두고 그의 유적지에서 적지 않은 사실 오류가 드러났다. 윤 의사의 고향인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는 생가가 복원돼 있다. 1968년 윤 의사의 뜻을 기리는 사당인 충의사(忠義祠)가 세워졌고 72년 사적 229호로 지정됐다. 충의사 일대에는 2001년 ‘윤봉길의사기념관’도 건립됐다. 생전에 사용했던 유물과 독립운동 및 순국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자료도 전시돼 있다.

 2000년에는 기념관 왼편에 윤 의사의 역사관(觀)과 나라사랑 정신을 담은 어록탑(주탑과 좌우 보조탑)이 세워졌다. 어록탑 뒤로는 윤 의사의 어록 중에서 역사관을 담은 7개를 엄선해 검정 대리석 위에 새긴 어록병풍도 서 있다.

 그런데 어록탑을 보면 맞춤법이 틀린 글자가 여전히 방치돼 있다. ‘무엇이냐’를 ‘무었이냐’로 잘못 표기했다는 지적이 2년 전에 있었지만 받침 ‘ㅆ’의 한쪽을 검은 흙으로 대충 메워 ‘ㅅ’으로 만들었다. 누가 봐도 허술한 땜질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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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가 쓴 7언절구 원문에는 ‘晴(갤 청)’인데 보조탑에는 ‘淸(맑을 청·점선 안)’으로 돼 있다(왼쪽). 윤 의사가 쓴 월진회금언 아래에 기부자인 전 예산군수의 이름을 새겼다. [신진호 기자]

 문제는 더 있다. 어록탑 맨 아래에는 윤 의사의 이름이 아니라 탑을 만들 때 후원금을 낸 기업인과 종친·농협 관계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윤 의사 명언이 아니라 후원금을 낸 사람들의 말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대체로 기념탑에 새기는 어록에는 기부자 이름을 직접 새기지 않고 별도의 공간에 표기한다.

 보조탑에 새겨진 윤 의사 학습관(觀)에서도 틀린 글자가 발견됐다. 학습관은 윤 의사가 15세 때 쓴 옥련환시(玉連環詩) 7언절구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원문의 ‘晴(갤 청)’을 ‘淸(맑을 청)’으로 표기했다. 시설 관리를 책임진 예산군 산하 윤봉길의사기념관 관리사무소는 14년간 방치하고 있다. 어록탑 좌우에 놓인 책 모양의 월진회가와 월진회금언 역시 건립 당시 기부한 심대평 전 충남지사와 권오창 전 예산군수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유적지에는 엉뚱하게 윤 의사와 관계없는 보부상유물전시관도 들어서 있다.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회장 김진우)는 “관람객들이 윤 의사를 보부상 대장으로 오해한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산군은 대체할 시설을 지을 때까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호민(44·충남 홍성군)씨는 “가끔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어록탑에 윤 의사와 무관한 사람들의 이름이 있어 의아했다”며 “기념관 관리가 허술해 보인다”고 말했다. 순국선열의 애국정신을 기리자고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사실 오류투성이다. 추모제를 열기 전에 오류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신진호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