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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파리 신기후체제 대응에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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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타결됐다. 2020년부터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이른바 신(新)기후체제도 예정대로 출범할 전망이다. 몇몇 외신은 “인류가 화석시대의 (점진적) 종언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교토의정서와 달리 전 세계 참여
연 1800조 새 에너지 시장 열려
준비 잘하면 한국의 신성장 동력

 12일(현지시간) 합의된 ‘파리 협정’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묶기로 했다.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노력도 병행하기로 했다. 38개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5년마다 감축 목표를 정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선진국들은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개도국에 지원하기로 했다.

 ‘파리 협정’ 타결은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 역학 관계가 교토의정서 때와 크게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입장 변화가 컸다. 미국은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할 만큼 기후변화협약에 부정적이었다. 그랬던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셰일가스 혁명을 계기로 신기후체제 협상에 적극 나섰다. 2009년 상업생산에 성공한 셰일가스 혁명으로 2008년 49%에 달했던 미국 발전 분야의 석탄 사용 비중은 2012년 37%로 감소했다. 새 기후체제를 통해 오일 중심이던 세계 에너지 안보의 큰 틀을 바꾸는 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할 만하다. 미국 입장에선 잘만 활용하면 무섭게 추격하는 개발도상국 중국·인도의 발목을 잡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당장 한국의 발걸음도 바빠지게 됐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자발적 감축안을 유엔에 제출해놓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에 경제규모 세계 15위인 한국이 이제 와서 목표를 줄이거나 못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산업계는 어제 즉각 ?제조업 위축을 우려한다?며 반발했다. 이해한다. 하지만 교토의정서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파리 협정은 우리 기업에만 채워지는 족쇄가 아니다. 또 국내의 에너지 소비도 줄고 있다. 2013년 약 7억t을 정점으로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상 유지 또는 후퇴하고 있다. 감축 목표 가운데 3분의 1은 해외에서 사오기로 했다. 마음먹고 달려들면 못할 것도 없다.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 기조연설에서 “2030년까지 에너지 신산업을 100조원 규모로 키우고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에너지 저장과 효율화 부분에선 한국이 강점이 있다. 새 기후체제 출범으로 이런 분야에서 연간 1800조원(세계 총생산의 약 2%)의 새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이 시장을 선점해 한국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이번 파리 협정으로 곧 중국이 배출권 거래 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국내 시장을 서둘러 활성화해야 국제 배출권 거래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중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꿔 나갈까에 대한 국가적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