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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소셜 … 게임 폭발시대가 코앞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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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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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카 파나넨 슈퍼셀 최고경영자(CEO)는 창업 5년 만에 회사를 글로벌 모바일 게임 1위로 올려놨다. 그는 미래 게임시장과 기술이 ‘소셜 게임’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슈퍼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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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 오브 클랜

‘리암 니슨, 이선균, 고창석, 성동일.’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19> 일카 파나넨 슈퍼셀 CEO

모바일서 하루 평균 매출 55억원
작년 총매출 2조, 애플·구글서 1위
한국 광고비로만 7개월간 100억

 연기로 두번째라면 질색할 정도로 정통 연기파 배우로 통하는 이들 4명의 배우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게임이다. 게임 3개로 글로벌 모바일 시장을 평정한 핀란드 회사 슈퍼셀 광고에 출연해 열연했다. 리암 니슨이 “나는 널 찾아낼 것이다. 찾아내 바바리안과 드래곤으로 널 부숴버릴 것이다”라고 읖조리는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는 국내서도 회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노란 머리 근육질의 바바리안이 한손에 칼을 쥐고 포탄을 뚫고 적진으로 질주하는 이 광고를 시작으로 슈퍼셀이 올 5월부터 국내 투입한 광고비는 100억원이 넘는다.

 이 뿐이 아니다. 지난 한해 슈퍼셀이 글로벌 시장에 쓴 비용은 4840억원에 이른다. 2010년 설립돼 올해로 5살에 불과한 회사의 통큰 투자다. 하루 평균 매출이 우리돈 55억원에 이르는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강자, 슈퍼셀의 최고경영자(CEO) 일카 파나넨(37)으로부터 미래 모바일 게임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이 회사 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소셜 게임 폭발시대’를 예견했다. 그는 “모바일 게임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미래엔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진보할지라도 모바일 게임과 소셜(social)이란 키워드는 기술 발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가 컴퓨터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의 시대다. 사람들의 손마다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쉴 새 없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다. 일카 파나넨은 이런 모바일 시대에서 폭발적인 모바일 게임 성장 가능성을 목격했다. 스마트폰을 파는 건 삼성전자와 애플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회사가 이 과실을 누리는 향유자가 되리라 예견한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마트폰이 똑똑해지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손에 ‘게임기’가 하나씩 들려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로 업계 추산 기준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난 2013년 170억 달러에서 올해 300억 달러로 2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전체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져 올해는 게임시장의 절반 정도를 모바일 게임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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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치

 일카 파나넨 CEO가 지난 2010년 슈퍼셀을 창업하고 내놓은 건 ‘건샤인넷’이란 게임이었다. 페이스북과 연동되는 좀비 액션게임인 건샤인넷은 한때 5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몇달만에 위기가 왔다. 그는 곧 이 게임을 접었다. 대신 2012년 스마트폰으로 자기만의 농장을 꾸밀 수 있는 ‘헤이데이’와 모바일 전투전략 게임인 ‘클래시 오브 클랜’을 잇달아 출시했다. 두 게임의 성공으로 슈퍼셀은 고공행진을 했다. 매출은 2011년 20만 달러(약 2억원)에서 지난해엔 17억 달러(약 2조원) 규모로 뛰어올랐다. 슈퍼셀은 지난 10월 기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합계 실적 기준 전세계 1위에 올라있다.

 모바일 게임의 폭발력을 경험한 일카 파나넨 CEO는 “모바일 게임은 여전히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상태로 현재로선 기업들이 (모바일 게임)가능성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미래 게임으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소셜 게임’을 꼽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소셜게임에 많은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50년 뒤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라도 소셜게임이 기술개발의 핵심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확언했다.

 그는 게임이 갖고 있는 업(業)의 본질이 ‘즐거움’이라고 강조했다. 공격적인 TV광고에 나선 것도 이용자들에게 게임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는 ‘간단하지만 재미있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다른 이들과 함게 즐길 때 재미가 배가 되는 것을 좋은 게임의 조건으로 꼽았다. “너무 재미있어서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어야지만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견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는 이런 좋은 게임이 ‘장수’해야 진정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기업인 넥슨의 장수게임 ‘메이플 스토리’와 ‘카트라이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정도다. 그는 “사람들이 수십 년 뒤에도 기억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며 “빠르게 바뀌는 게임 시장에선 대담한 꿈일 수 있지만 매우 진지하게 이 꿈을 쫓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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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데이

 기술 발전속도가 빨라지면서 피아(彼我) 구분이 사라진 시대에 슈퍼셀의 경쟁사는 누구인가를 물었다. 그는 단호했다. 그가 2000년에 세운 첫 게임사인 수미아(sumea)를 언급했다. 그는 2004년 이 회사를 미국 게임업체인 디지털 초콜릿에 매각한 바 있다. 그는 “수미아를 경영하며 배운 점은 경쟁자를 생각하게 되면 일에 대한 집중이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쟁사를 생각하면 리더(leader)가 아닌 추종자(follower)가 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리더가 되고 싶다면 본인의 비전과 하고 싶은 일을 계속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간 큰 성공을 거둔 슈퍼셀의 성공비결을 묻자 그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운(運)’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산업의 특징과도 맞닿아있는 것으로 그는 “실제로 히트했다고 보기 어려운 게임 중에서도 훌륭한 게임이 많은데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겸양의 말을 남겼다. 그는 “다만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이들이 게임개발에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자유와 책임감을 부여했다”고 부연했다. 슈퍼셀은 회사 설립 초기 160여개의 게임을 쏟아내며 물량공세를 하던 전략을 ‘건샤인넷’을 계기로 뒤집고 ‘셀(세포)’방식의 독특한 개발 체제를 도입해오고 있다. 5~7명으로 구성된 인력들이 직접 게임의 기획단계부터 디자인, 실 서비스와 업데이트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것으로 셀에 전권을 부여한다. 많은 게임을 개발하기 보다 수평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소수의 게임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진화시키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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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모(母)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정의(57) 소프트뱅크 회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2013년 10월 회사 지분 51%를 15억 달러(약 1조7700억원)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했다. 소프트뱅크는 올 6월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총 73%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는 “손정의 회장은 미래 비전이 우리와 같았고, 문화적으로 비슷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해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지만 이를 위해선 시간과 인내, 행운이 필요했다. 이 비전을 지원하는 데 소프트뱅크는 매우 적합한 아이디어 파트너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앵그리버드’게임을 만든 로비오와 슈퍼셀이 핀란드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 1980년부터 누적되어 온 게임 개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의 역할도 있다. 핀란드는 전세계에서 창업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로 관료주의가 없고 게임에 대한 공공펀딩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다.” 슈퍼셀은 정부가 창업지원금을 제공하는 창업지원센터인 ‘스타트업 사우나’를 통해 설립된 회사로 창업 이후에도 핀란드 정부로부터 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첫 사무실을 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일카 파나넨 CEO는 “핀란드 게임기업들은 스스로 하나의 큰 가족이라고 여긴다”며 “다른 회사를 경쟁자가 아니라 돕고 싶은 가족 구성원 중 하나로 보고 한 회사가 성공을 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다른 회사들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핀란드 게임의 성공비결”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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