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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정상칼럼쇼 29회

새미 “이집트에서 ‘빵 나눈 사이’는 배신하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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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비정상회담'에 브라질 대표로 출연 중인 새미 라샤드(26ㆍ이집트)가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비정상칼럼쇼’에서 '이집트의 식문화'을 소개했다. 이날 방송은 지난달 19일 본지에 기고된 칼럼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이집트의 빵과 한국의 벼·쌀·밥’을 주제로 진행됐다. 방송에는 JTBC 비정상회담에 함께 출연 중인 알베르토 몬디(31·이탈리아)와 카를로스 고리토(브라질·29)도 참여했다. 이들은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과 한국과 이집트·이탈리아·브라질의 각기 다른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과 ‘비정상’멤버와의 일문일답 전문.

-한국 사람이 ‘밥’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밥과 이집트 사람이 생각하는 밥은 어떻게 다른가.

새미 “어떤 주장을 보니 한국 사람들은 옛날부터 벼농사를 지었고, 현재 한국 문화의 상당 부분은 벼농사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 먼저, 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니까 예전부터 자녀를 많이 낳으려고 했다더라. 또한, 농사를 지을 때 경험이 많은, 지도하는 사람이 있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계급도 생겼다고 한다. 또한, 가장(家長) 중심의 문화도 벼농사를 지으면서 확립되었다고 하는데, 나도 이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 문화에서 어떠한 개념이 강한지 아닌지 검사하는 방법 중에 그 개념을 표현하는 단어가 몇 개 있는지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내가 배우는 국어국문학과에서 자주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쌀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아주 많다. 아직 들판에 있는 쌀은 ‘벼’나 ‘모’라고 하고, 가게에서 사고파는 쌀은 그냥 ‘쌀’이라고 하고, 쌀을 가져다 요리를 하면 ‘밥’이라고 부른다. 내가 알고 있는 밥은 ‘Rice’밖에 없었는데 알고 보니 ‘밥’이라는 용어 자체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처음 한국어를 배웠을 때, 선생님이 ‘밥 먹었느냐’물어보면 빵을 먹고 쌀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요. 먹지 않았어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어서 밥을 먹어야지’라고 해서 ‘선생님이 왜 나에게 쌀을 먹으라고 하는 것일까’ 생각하며 이해하지 못했었다. 점점 한국말을 더 공부하다 보니 그 때의 의미는 ‘식사’였지 ‘쌀’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밥 먹었어?’가 ‘식사했어?’와 같은 의미다. 이태리에서는 ‘파스타 먹었어?’라고 하나.

알베르토 “파스타나 피자는 이탈리아의 주식이 아니다. 우리의 주식은 빵이다. 한국 사람들이 식사할 때 늘 밥이 식탁에 있는 것처럼 이탈리아인이 식사할 때는 빵이 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다. 빵도 먹고 파스타도 먹고 쌀도 먹는다. 북부에는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폴렌타'라는 죽도 있다. 예전엔 굉장히 많이 먹었다.”

-그럼 이탈리아에서 ‘빵 먹었어?’라는 인사를 하나.

알베르토 “유럽에서는 그런 인사를 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밥 먹었어?’라며 인사를 나누는데 우리는 그런 인사는 하지 않는다. 그냥 ‘Hi’라고 하거나 ‘잘 지냈어?‘라고 묻는다.”

-한국 사람들은 예전에 잘 먹지 못해서 서로 안부를 물을 때 ‘끼니는 해결했느냐’고 물어보게 되었다는 말도 있다. 브라질은 어떤가.

카를로스 “서양과는 다르게 브라질의 주식은 밥이다. 매일 점심엔 밥을 먹는다. 브라질 사람들은 식사에 밥이 없으면 그것은 식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처럼 흰 쌀밥을 먹는다. 이 때 흰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콩도 먹는다. 콩을 밥과 섞어 같이 만드는 것은 아니고 따로 만들어 같이 먹는다. 단, 밥통은 없다. 그냥 냄비로 만든다. 쌀의 경우 한국 쌀보단 태국 쌀과 더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밥에 양념을 해서 먹는다. 마늘도 넣고 양파나 소금을 첨가해 먹는다. 한국 와서도 매운 것이 익숙하지 않았을 뿐 식사에 밥이 항상 있어서 먹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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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가족을 ‘한솥밥 먹는 식구’라고 표현한다. 이집트에서도 비슷한가.

새미 “한국의 한솥밥 문화를 이집트에 비추어서 보면 빵이다. 가령 알베르토 형과 ‘최소의 식사’(빵에 소금을 찍어 먹는 것)를 하면 이로써 우정의 서약을 맺었다고 본다. 그래서 나중에 ‘최소의 식사’를 함께 한 사람이 배신하면 ‘우리가 함께 빵 나누어 먹은 것을 잊었느냐. 함께 빵 먹은 사이인데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한국에서 ‘밥 먹었느냐’고 인사하는 것과 비슷하게 이집트에서는 빵이라는 단어를 생계의 의미로도 사용한다. ‘생계’, ‘생존’이란 말과 ‘빵’이라는 말이 똑같다. 생존도, 빵도 이집트어로 '아이시(Aish)'라고 한다. 빵 없이는 못살기 때문이다.”

알베르토 “이탈리아도 한국과 매우 비슷하다. 이탈리아도 농경사회였고, 그로 인해 사회에 계급이 생겨났다. 다른 점은 쌀보다는 옥수수와 밀이 주요 농산물이라는 거다. 우리의 경우에는 쌀 보다는 빵에 관련된 속담이 많다. ‘식사를 나누어 먹은 사람은 나중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카를로스 “브라질은 친구와 밥과 콩을 나누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구는 언제든 불러도 된다. 쌀과 콩이 적게 있어도 냄비에 물만 더 넣으면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새미 “이집트에서도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밥은 두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고, 두 사람이 나누어 먹을 밥은 네 명이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웬만하면 나누어 먹자는 의미이다.”

-한국에도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다.

새미 “이집트에서는 빵을 크고, 얇고, 동그랗게 만든다. 찢어먹기 때문에 이때는 가장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가장이 식탁 위에 있는 빵을 자기 손으로 찢어 나누어 주면서 자신의 사랑과 책임감을 보여준다. 남을 먼저 챙겨주는 사람이 가장인 거다.”

알베르토 “이탈리아에서는 할머니가 숟가락을 들어야 식사가 시작된다. 한국과 비슷하다. 빵, 치즈, 파스타를 표현하는 단어도 여러 가지다. 한국 사람들은 파스타라고 하지만 우리는 다 같은 파스타라고 부르지 않는다. 파스타의 종류만 500개가 넘게 있다. 치즈도 마찬가지로 400개 종류 이상 된다. 내가 모르는 파스타도 많다.”

카를로스 “브라질에도 빵의 종류가 여러가지이지만 모두 같은 단어로 불린다. 한국 사람들처럼 빵이면 다 빵이라고 하고, 파스타 같은 경우도 일반 사람은 대부분 다 그냥 ‘마카로니’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이제 이탈리아 음식, 이집트 음식, 브라질 음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3개국의 음식을 먹을 때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하는 것은 무엇인가.

새미 “이집트에는 '쿠샤리(kushari)'라는 음식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다. 밥도 들어가고 마카로니도 들어가고 콩도 들어간다. 거기에 고추 소스와 마늘도 들어가서 아주 맛있다. 비벼서 먹는 것이라 비빔밥과도 비슷하다.”

알베르토 “이탈리아 음식은 정말 너무 다양하다. 내가 음식점에 가도 못 알아들을 정도다. 파스타, 피자, 이런 것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다양한 요리를 즐겼으면 좋겠다.”

카를로스 “보통 한국 사람들이 브라질 음식이라고 하면 '슈하스코(Churrasco)'같은 바베큐 음식만 떠올린다. 슈하스코도 맛있지만 브라질 북쪽지방 요리는 더욱 맛있다. 한국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다. 해물 요리도 매우 많고 맵기도 하다. 또한, 새우 버버라는 음식이 있는데, 이 음식은 찌개처럼 생겼고 매우 부드러우며 새우도 많이 들어간다.”

정리 김유진 인턴기자 kim.yoojin@joongang.co.kr
촬영 이진우 · 양길성 · 최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