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악 스모그 33중 추돌 6명 사망…사상 첫 적색경보 베이징엔 방독면

중앙일보

입력 2015.12.09 03:07

업데이트 2015.12.0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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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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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국 산시성 고속도로에서 33중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해 차량들이 뒤엉켜있다. [웨이보 캡처]

베이징(北京) 사상 첫 스모그 적색경보가 내려진 8일 오후 4시(현지시간), 주중 일본 대사관 건너편에 위치한 21세기 병원. 이곳 간호사인 푸잉(付瑩)은 이날 오전부터 종일 50여 통의 전화에 시달렸다. 모두 호흡기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예약 전화였다. 그는 “우리 병원은 예약 환자만 받는데 하루에 이렇게 많은 예약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심한 기침으로 입원한 장제(張潔·72)씨는 “베이징에서 40년을 살았지만 요즘처럼 독한 스모그는 처음 봤다. 암이 걱정이 돼 정밀검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농도 WHO 기준의 13.7배
기상청 “한반도엔 큰 영향 없을 것”

 병원 밖에서 휴대전화로 주중 미국 대사관이 발표한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를 보니 343㎍/㎥.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기준치(25㎍/㎥)의 13.7배. 베이징 동부 최대 병원인 왕징병원에도 이날 오전부터 100여 명의 호흡기 질환 환자가 몰려들어 이중 절반을 진료하지 못해 돌려보냈다고 병원 측이 밝혔다. 기상 당국은 베이징 주변 대기가 안정돼 있어 9일과 10일에는 스모그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앞서 7일 오후 베이징 시당국은 8일 오전 7시부터 10일 낮 12시까지 스모그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유치원과 초중고 휴교는 물론 자동차 운행 홀짝제, 오염물질 배출 공장 및 공사장 조업 중단조치가 내려졌다. 그런데도 이날 베이징 평균 PM2.5 농도는 300㎍/㎥을 웃돌았다.

 아무리 독한 스모그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던 베이징 시민들도 이번엔 달랐다. 오후 3시를 전후해 대로변 행인들의 마스크 착용률은 40%에 가까웠다. 지난달 말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 976㎍/㎥를 기록했을 당시 20%의 두 배다. 시내 중심부에서는 방독면을 착용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시민까지 목격됐다. 자동차 홀짝제로 이날 베이징 교통량은 30%가 줄었다. 환경 당국은 종일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이날 하루에만 10개 감독팀 수천 명을 동원해 이 시내 주요 도로에서 자동차 배기 가스를 측정하고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을 감독했다.

 한편 스모그 황색경보가 내려진 중국 산시(山西)성 고속도로에선 33중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8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타이위안(太原)시와 창즈(長治)시를 잇는 고속도로는 수 십 미터 앞의 물체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스모그가 잔뜩 끼어있는 상태였다. 짙은 스모그는 운전자의 시야를 가로막으며 사고가 발생했고, 앞 차량의 사고 장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시거리가 좋지 않은 탓에 연쇄추돌로 이어졌다. 산시성에서는 지난달 30일에도 원청(?城)시에서 허우마(侯馬)시를 잇는 고속도로에서 47중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쳤다.

 중국을 뒤덮은 사상 최악의 스모그가 한국으로 넘어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김용진 통보관은 “베이징 부근에서 중국 내륙쪽으로 향하는 남풍이 불고 있어 한반도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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