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저널리즘 사진 찍어온 사진가 주기중, 첫 개인전 '포란(抱卵)' 연다

중앙일보

입력

Incubator, 2014, 서울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30년간 사진기자로서 저널리즘 사진을 찍어 온 사진가 주기중이 특유의 감각적인 풍경사진으로 첫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포란(抱卵)’ 이다. ‘알을 품는다’는 뜻이다. ‘자연은 거대한 인큐베이터’라는 그의 자연관이 동양적인 선과 색에 부드럽게 녹아 들었다. 전시된 작품엔 인간과 생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절제된 미학으로 자연의 드높은 품격을 유유히 드러낸다. 세상을 보는 시선은 따듯하다. 일관되게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꾼다.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 조차도 그의 카메라를 거치면 생명을 품고, 보듬는 인큐베이터로 거듭난다.

주기중의 생명 사랑은 빛과 선으로 표현된다. 어둠과 빛의 콘트라스트가 선으로 경계를 이루지만, 유연한 곡선으로 휘감긴 공간에는 늘 생명이 숨 쉬고 있다. 알(卵)도 곡선이요, 알을 품는 행위(包)도 곡선이다. 직선으로 이루어진 문명의 흔적들도 부드러운 곡선 안에서 잠 자고, 또 일어난다. 시간의 흐름이 배제된 공간은 3차원이다. 사진은 3차원을 2차원으로 변환하는 매체이다. 선과 선이 만나 면이 형성된다. 2차원의 정체는 면과 선의 결합이다. 결국 사진은 현실 공간의 선과 면을 정리해 사각형의 면에 다시 정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주기중의 사진은 언뜻 보면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이나 한걸음 물러서면 형상을 둘러싼 선과 색으로 짜여진 면들이 올라온다. 선들은 때로 면을 구분하고, 선들은 다시 만나 새로운 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면들은 색으로 형상화된다. 이는 사물의 의미 이전, 근원에 대한 질문으로 환원할 수 있다. 그가 ‘알을 품다’ 라는 의미의 포란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물성의 알이 아닌 근원으로서의 알로 치환될 때 그의 사진은 풍경이 아닌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주기중 사진의 선은 아름다움의 선이자 사색과 명상의 선(禪)이다. 눈길을 당기고 사진 앞에 머물게 하는 힘이 있다. 빛과 어둠, 선(線)과 선(禪)의 조화를 보는 재미와 감동이 주기중 사진의 본령이다.

주기중은 사진과 인접 예술과의 통섭을 끊임 없이 강조하는 사진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곁가지를 다 쳐낸 추상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진은 시와 같다는 것이다. 은유와 직유 등 다양한 시적 레토릭이 사진에 적용되는 방식을 제시한다. 사진은 테크닉을 넘어 ‘사물을 보는 방식’이라는 점을 집요하게 추구하며, 그 중심엔 거대한 생명계에 대한 외경심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사진 매체의 유용성에 대한 시각이 확고하다. 사진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세상을 밝게 만드는 가장 훌륭한 미디어라고 믿는다. 예술이면서 동시에 행복 추구의 한 방법이란 관점이다. 작가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영상 에디터·뉴스방송팀장·멀티미디어팀장을 지냈다. 현재 중앙일보 뉴스룸 시사매거진의 포토디렉터로 일한다. 페이스북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하는 사진그룹을 이끌며 전시회를 열고, 포토아카데미를 기획하는 등 사진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주기중 사진전 ‘포란(抱卵)’
일시:2015년 12월 31일(목)∼1월 13일(수)
*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 토요일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은 휴관.
장소:갤러리 이룸(ILLUM).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4길 16 반도빌딩 2층(Tel:02-2263-0405)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