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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교는 돈만 추구" 명문 여고 졸업생 대표의 '돌직구'

중앙일보

입력

“학교는 돈과 명성에 집착하고 학생들에게 그릇된 압박만 주고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의 명문 사립 레이븐스우드 여고의 학생회장 세라 헤인스(18)의 지난 3일 졸업식 연설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와 영국 BBC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인스는 “우리 학교가 이룬 성취와 성공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에도 수 차례 얘기했다”며 “이번에는 정직하게 다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늘 완벽한 것처럼 포장하는 데 혈안이 된 학교에 많은 배신감을 느꼈다”며 “나는 학생회장으로서 운 좋게 많은 기회를 누렸지만 다른 학우들은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완벽한 이미지만 강조하는 학교가 정작 학생들에게는 관용 대신 성적과 성취만 강요한다는 것이다.

헤인스는 학교의 상업화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나는 학교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잘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학교의 가장 큰 동기 부여는 돈”이라며 “학교 명성과 금전적 이익을 주는 것만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님들은 학교의 흠을 들을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나의 연설문은 늘 검열당했다”며 “이번 연설을 위해 ‘학교 제출용 원고’와 ‘실제 원고’를 따로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졸업생들은 헤인스의 연설이 끝나자 함성과 박수로 환호했다. 14분 분량의 연설 동영상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114년의 역사의 레이븐스우드 여고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지난해 11월 방문했을 정도로 시드니를 대표하는 사립 학교다. 학비만 연간 2만8000 호주달러(약 2400만원)를 넘는다. 헤인스는 펑 여사 방문 당시 학생회장 자격으로 꽃다발을 전하기도 했다.

마크 웹 레이븐스우드 여고 교장은 현지 언론에 “개인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그의 자유다”라며 “헤인스의 연설은 검열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인디펜던트는 “헤인스가 동생이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를 중퇴한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이번 연설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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