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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상품 격전지 일본, 매월 지급식 펀드가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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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보다 앞서 반퇴시대에 진입한 일본과 미국은 다양한 ‘반퇴 상품’과 지원 제도를 갖춰놓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94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6년엔 세계 최초로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됐다. 금융자산의 60%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자가 보유하게 된 건 물론이다. 일본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상품이 퇴직자나 퇴직 예정자를 겨냥한 ‘반퇴 금융상품’인 건 이 때문이다. 반퇴 금융시장이 일본 금융회사의 최대 격전지다.

고령화 20년, 그들의 선택은
가계자산 해외 분산투자 통로
주식·외환·채권 등 선택 넓혀

대표 상품은 매달 일정한 수익금을 나눠주는 ‘월 지급식 펀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일본 펀드시장에서 월 지급식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2%(41조7000억 엔)에 달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90년대 후반 이후 빠르게 성장해 초고령사회가 된 2008년부터는 펀드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국내 펀드시장에서 월 지급식 상품 비중이 0.8%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월 지급식 펀드는 일본의 가계자산을 해외로 분산 투자하게 만든 주요 통로가 되기도 했다. 초저금리 국내 자산만으론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이후 자연스럽게 ‘인컴(채권 이자나 주식 배당소득 등 일정한 수익)형’ 상품으로 자산 배분이 이뤄졌다. 여기에 ‘더블데커(채권·주식 등 기초자산에 투자하되 자국 통화가 아닌 외국 통화로 운용하는 선택형 상품)’가 등장하며 투자 이익과 환차익을 모두 챙기는 전략이 등장했다. 최근엔 ‘커버드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커버드콜은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장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다소 비싼 가격에 팔아 위험을 피하는 파생상품이다. 일본 2위 증권사인 다이와증권은 통화와 상품에 각각 콜옵션을 걸어 위험을 줄이는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월 지급형도 가입자별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예컨대 형편이 넉넉한 고령자에겐 매월 일정 금액의 수익 대신 2~3개월에 한 번씩 지급해 수익률을 조금 더 올리는 식이다.

일본에 비해 국내에 반퇴 금융상품이 다양하지 못한 건 현직인 40~50대가 아직 주력 투자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자산 배분과 안정적 수익보다는 원금 보장과 높은 수익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성향이 강하다.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이 몰린 것도 이런 상품이 흔치 않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노후 대비용 연금제도를 발달시켜 왔다. 이른바 ‘패자부활’ 제도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은퇴가 임박했지만 미처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계층이 단기간에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50세 이상 근로자는 표준 퇴직연금의 납입 한도(연 1만8000달러)에 더해 추가(6000달러)로 돈을 더 부을 수 있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대익 연구위원은 “이미 퇴직이 임박해 마땅한 금융상품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은 다른 선진국들처럼 정책적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며 “자영업자 등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선 개인연금저축 등을 통해 추가 납입 기회와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퇴세대, 금융 IQ 높여라' 자문단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김진영 신한은행 신탁연금본부장, 문진혁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 세무팀장,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가나다순)

◆특별취재팀=조민근·박진석·강병철·염지현·이태경·김경진·정선언·이승호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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