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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용품 회사는 스피드 기업 … 트렌드 적응이 최고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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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하이너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가 1920년대부터 생산한 운동화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새로움의 창조(Creating the New)’를 돌파구로 택했다. [사진 아디다스]

세계 스포츠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18> 허버트 하이너 아디다스 CEO

디지털, 고객과 소통 가능성 키워
데이터 분석 통해 제품 재빨리 생산
글로벌 도시서 성공해야 세계 장악
서울은 아시아에 큰 영향 주는 곳
공정 단축으로 소비자 요구에 대응
100% 생산 자동화 내년 연구 돌입

 건강과 여가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산업 자체는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뜨는 분야’가 빠르게 바뀌고, 기존 강자에 도전하는 신진 브랜드의 기세가 대단하다.

 1948년 설립된 세계 2위 스포츠용품 기업 아디다스는 이 변화를 온 몸으로 맞고 있는 장본인이다. 부동의 1위 나이키와의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데 언더아머·뉴발란스 등 후발 브랜드들의 추격은 나날이 맹렬해지고 있다.

 결국 지난해 아디다스는 미국 시장에서 언더아머에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최근엔 2006년부터 이어온 미국 NBA(프로농구) 스폰서 계약을 갱신하지 못해 공급권을 내주게 됐다. 주가도 지난 한해 40%나 떨어졌다. 아디다스의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따라잡히느냐 따라잡느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혁신으로 판을 뒤집을 것이냐. 허버트 하이너(61) 아디다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혁신’을 택했다. 최근 ‘새로움의 창조(Creating the New)’라는 혁신안을 통해 17조원대인 매출을 2020년까지 약 27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 용품산업은 유통·전자·자동차 등 어떤 산업보다 성장속도가 빠르다”면서 “진정한 의미의 ‘스피드 기업’으로 거듭나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아디다스 그룹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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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부터 아디다스가 걸어온 길. 사진 왼쪽부터 1928년 올림픽에 데뷔한 육상화, 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축구화, 60년 무하마드 알리의 복싱화, 3D 프린팅으로 만든 신발, 바닷속 폐기물로 만든 운동화.

 - 스피드 기업이란 게 뭔가.

 “시장의 트렌드를 경쟁자보다 빠르게 읽어내고,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만족시키고, 내부 의사결정도 빠르게 하는 기업이다. 최고의 경쟁력은 트렌드의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될 거다.”

 - 어떤 트렌드에 주목하나.

 “첫째 디지털화다. 휴대전화·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수많은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는 기업이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시켰다. 둘째는 도시화다. 주요 글로벌 도시에서 성공해야 브랜드의 가치와 영향력이 커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1위를 하면 미국에서도 1위가 될 수 있단 얘기다. 마지막으로 ‘경험의 개별화’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나한테 와닿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나. 앞으로 고객 한명 한명에 대한 밀착형·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대폭 늘릴 것이다.”

 - 주요 글로벌 도시에 서울도 들어가나.

 “물론이다. 서울은 매우 중요한 도시다. 많은 유행이 생겨나고 다른 아시아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압구정동에 ‘아디다스오리지널스’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이 숍을 서울 길거리 문화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게 우리 목표다. 또 스포츠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에서 마라톤 대회를 열고 있다. 서울삼성썬더스(농구), 부산아이파크FC(축구) 같은 스포츠팀도 후원하고 있다. 내년엔 서울에 또 다른 플래그십스토어를 연다.”

 - 혁신이 좀 늦은 것 아닌가.

 “혁신이야말로 아디다스의 DNA라고 할 수 있다. 창업자인 아돌프 다슬러는 1920년 스무살 때 자신이 신고 뛸 가벼운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부엌을 실험실 삼아 온갖 노력을 했다. 본인이 프로급 선수였기 때문에 ‘선수들이 최고의 기록을 낼 수 있는 최고의 신발을 만들자’는 열정이 대단했다. 그 결과 딱딱한 가죽 대신 부드럽고 가벼운 고무로 선수용 운동화를 만들게 됐는데 이 혁신이 아디다스 스포츠 신발의 효시다.”

 실제 아디다스는 ‘스포츠 혁신의 역사’를 써 왔다. 1925년 신발바닥에 못을 박은 최초의 스파이크를 만들어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였다. 1932년 LA올림픽에선 아서 조나스가 아돌프의 운동화를 신고 육상 1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리고 드디어 1936년. 전설적인 미국의 육상선수 제시 오웬스가 100m·200m·400m계주·멀리뛰기에서 4관왕에 올라 아돌프의 운동화는 선수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아돌프 다슬러는 1948년 자신의 애칭인 ‘아디’와 성 ‘다슬러’를 결합해 아디다스를 설립했다. 그리고 1년 뒤 회사의 상징인 ‘삼선(Three Stripes)’을 만들었다. 아돌프는 모든 스포츠를 즐겼지만 특히 축구를 좋아했다고 한다. 65세의 나이에도 경기에서 열정적으로 볼을 다퉜을 정도다.

 아디다스 축구공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텔스타’가 사용된 이래 FIFA월드컵의 공인구로 사용되고 있다. 2005년엔 신발 속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환경에 맞게 신발의 쿠션레벨을 조정하는 ‘세계최초 지능형 신발’을 내놨다.

 아디다스는 축구공을 비롯한 모든 스포츠 용품에 혁신을 주입한다. 아디다스가 개발한 ‘마이코치 스마트볼(micoach smart ball)’은 센서가 들어간 최첨단 축구공이다. 슛할 때 공의 타격, 스피드, 스핀, 궤적 등을 센서가 감지·분석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당시 출시한 대표팀 유니폼은 기존 무게에 비해 40% 가량 줄여 상·하의 무게가 100g이 안되는 제품으로, 아디다스 역사상 가장 가볍다.

 - 삼선 마크는 뭘 의미하나.

 “당시 가죽신발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끈을 몸통에 3번 둘러 묶곤 했는데 그걸 옆에서 보면 나란히 세 줄로 보인다. 디자인보다는 기능면에서 탄생한 로고다. 아디다스는 늘 선수들이 최고의 스피드와 변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

 - 지금도 목표는 같나.

 “물론이다. 흥미로운 건 스포츠가 일상화됐다는 점이다. 전세계를 관통하는 메가 트렌드가 바로 ‘건강한 삶’이다. 이제 스포츠 산업은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사람들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일상 속에 스포츠를 접목시키길 원한다. 더 건강하고, 날씬하며 젊어보이길 원한다. 세계 어떤 도시를 가도 조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75세 노인도 체육관에 가서 운동한다. 일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운동하는 건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스포츠 산업은 정말 낙관적이다.”

 - 산업의 성장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혁신이 필요하다. 남들은 2020 목표가 과장됐다고 할지 몰라도 이미 두 가지 사업모델로 시험을 거쳤다. 그 결과 판매율이 전보다 3배나 높아졌다.”

 - 두 가지 모델이 뭔가.

 “첫째 시장의 트렌드와 데이터를 분석해 시즌 중에 신제품을 내놓는(created in-season) 모델이다. ‘아디다스 네오(NEO)’라벨은 이 방법으로 지난해 8억5000만 유로(약 1조3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모델은 리복에도 적용하고 있다. 둘째, 매장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베스트셀러 제품을 빠르게 재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직영점 뿐 아니라 27개의 글로벌 대리점과 주요 판매처에서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언제 어떤 제품을 생산할 지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다.”

 - 자라·H&M같은 ‘패스트패션(SPA)’와 비슷한 것 같은데.

 “맞다. 시장은 갈수록 비즈니스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실제 H&M등 패스트 패션 업체들이 스포츠웨어 시장이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우리는 소비자의 니즈에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생산 공정을 단축시키는 게 중요하다.”

 아디다스는 내년에 독일에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오픈하고 로봇을 통한 100% 자동화 생산 연구에 돌입한다. 하이너 회장은 “2020년까지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의류와 신발 생산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고 단순화해 미래 제조기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엔 ‘3D프린팅 운동화’도 공개했다. 시제품 수준이지만 신발의 각 부분을 3D프린터로 출력해 완전한 운동화를 만드는 방식이다. 하이너 회장은 “사람마다 발 모양이 다 다른데 3D프린팅 기술로 발을 스캔한 뒤 선수의 운동 패턴에 최적화된 운동화를 빠르게 제작하는 게 목적”이라며 “6개월 안에 진전을 보일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디자인은 물론 기능까지 철저하게 ‘미래형 맞춤형 운동화’가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허버트 하이너(Herbert Hainer)=1954년 독일에서 태어나 경영학을 전공했다. 미국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갬블(P&G)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1987년 아디다스에 합류한 뒤 30년 가까이 아디다스맨으로 활약 중이다. 독일 본사는 물론 유럽·아프리카·중동법인, 판매·마케팅·물류 등 지역과 사업부를 두루 거쳤다. 2001년 3월 이후 15년째 아디다스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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