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불순 환자 60%는 PCOS, 난임·당뇨병·고혈압으로 이어져”

중앙일보

입력 2015.12.06 13:36

업데이트 2015.12.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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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리오 로보 전 미국생식의학회 회장이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제10차 환태평양 생식의학회에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악화하는 비만의 위험성과 관리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차병원그룹]

월경, 임신 그리고 폐경까지. 호르몬은 여자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여성호르몬을 책임지는 난소가 아프면 여성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이 겪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이다. 최근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제10차 환태평양 생식의학회’에 참석한 로제리오 로보 전 미국생식의학회(ASRM) 회장은 “생리불순일 때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하는 질환이 PCOS”라고 말했다. ASRM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8000여 명의 생식의학자가 등록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단체로, 로보 전 회장은 생식내분비학의 권위자로 꼽힌다.

[인터뷰] 미국생식의학회(ASRM) 전 회장 로제리오 로보

-PCOS는 흔한 질환인가.

 “호르몬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 중 1순위다. 가임기 여성의 10%가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리불순 환자의 60% 이상은 PCOS가 원인이다. 미국보다 한국이 더 위험한 상황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PCOS 환자는 대부분 뚱뚱하다. 지방세포는 난소를 자극해 안드로겐(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지방세포가 늘면 인슐린 분비량이 증가하는데, 인슐린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든다. 남성호르몬은 난소에서 난자가 성숙·배란되는 것을 방해한다. PCOS 환자는 이런 호르몬 불균형으로 난임은 물론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당뇨병 등을 앓을 확률이 높다. PCOS는 비만 외에도 환경, 유전자 등 다양한 원인이 관여한다. 문제는 한국의 비만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어 겉으로 보기에 PCOS를 의심하기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PCOS의 증상은.

 “생리불순, 무월경이 가장 흔하다. 남성처럼 털이 많이 나거나 여드름이 생기기도 한다.”

 -치료 방법은.

 “빠른 진단이 우선이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증상 관리에 중점을 둔다. 체중관리는 필수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지방세포 증가→인슐린 저항성 증가→호르몬 교란’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가임기 여성은 비만이 임신성 당뇨병 등 임신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이를 꼭 실천한다. 약물 처방은 임신 계획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차이가 있나.

 “임신을 원하면 5일간 배란 유도제를 처방한다. 배란 시기를 조절해 난자가 성숙한 상태로 배출되게 자극하는 약이다.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조절되면서 기분 변화가 올 수 있지만 매우 안전한 방법이다. 임신 성공률도 높다. 이와 달리 임신 계획이 없으면 호르몬 균형을 맞추기 위해 피임약 사용을 권한다.”

 -피임약 사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피임약의 종류는 다양하다. 정확히 처방한다면 20~30년간 써도 문제없다. 오히려 피임약은 자궁암과 난소암 확률을 줄인다. PCOS 환자는 이런 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각각 3배, 2배 높다. 하지만 피임약을 5년 이상 쓰면 확률이 50% 이상 줄어든다.”

 -나이가 들수록 PCOS를 앓을 확률이 높아지나.

 “아니다. 난소도 늙는다. 크기가 작아지고 기능이 약해지면서 분비하는 남성호르몬의 양이 준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여성의 변화는 남성호르몬이 늘어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성호르몬이 줄어 생기는 현상이다. 단, 나이가 들수록 진단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환자가 임신을 고려하지 않을 때는 의사도 관심이 적다. 호르몬 자체가 줄면서 월경주기가 회복되기도 한다. 그러나 PCOS가 다른 질환과 연관성이 큰 만큼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 PCOS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PCOS 환자는 폐경이 다소 늦을 수 있다. 난소가 자극을 받아 커진다는 것은 그 속의 난자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가임력이 오래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임신을 위해 난자 보관을 고려해야 하나.

 “PCOS로 인한 난임은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젊고 건강할 때 난자를 보관하려는 여성이 많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여성 직원의 사회복지 차원에서 난자 보관 비용을 지원한다. 난자는 늦어도 37세 이전에 보관해야 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난자의 수와 난소의 기능이 크게 떨어져서다.”

 -생식의학계에서 한국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2011년 ASRM 회장으로 재직할 때 ‘차광렬 줄기세포상’을 제정했다. 학회에서 개인 이름을 딴 상을 만든 건 세 번째다. 차 회장의 난임·줄기세포 연구 공헌도를 높이 평가해서다. 그뿐 아니라 내분비학, 체외수정 등 생식의학 분야에서 한국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환태평양 생식의학회도 세계 주요 학회와 견줄 만큼 수준이 올랐다. 과거에 아시아권 과학자가 영미권 학회에 참석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배우고 돌아갔다면 이제 서로의 지식과 테크닉을 공유하며 자극하는 관계가 됐다. 인류의 건강한 성(性) 에 환태평양 생식의학회가 더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환태평양 생식의학회=1996년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과 일본, 미국 등 아시아·태평양 생식의학자를 주축으로 창립돼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미국생식의학회, 유럽생식의학회와 함께 세계 3대 난임·생식의학회란 평가를 받는다.

로제리오 로보
미국 조지타운대 의대 졸업
1988~95년 서던캘리포니아대 산부인과 교수
1995년~현재 뉴욕 컬럼비아대 산부인과 교수
전 미국생식의학회(ASRM) 회장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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