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뒤 영어는 어떻게 변할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5.12.05 00:01

[뉴스위크]

잉글리시는 싱글리시, 스팽글리시, 구글 번역 등 여러 가지 영어 중 하나될 듯

미래를 내다보고 싶을 때는 과거를 돌아보는 방법도 괜찮다. 영어는 서로 다른 언어 사용자의 의사소통 수단인 만국 공용어(lingua franca)다. 오늘날 영어의 세계적인 역할은 근대 이전 유럽의 라틴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있다.

고전 라틴어(Classical Latin, BC 1세기 이후 작가들의 문어체를 본받은 라틴어)는 로마 제국의 성공으로 확산됐다. 로마 몰락 후 한동안 유럽 전역에서 표준 문장 기록 매체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대화에서 사용된 통속라틴어(Vulgar Latin, 일상생활에서 쓰인 구어체 라틴어)는 계속 변하면서 새로운 방언을 형성했다. 방언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프랑스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루마니아어·이탈리아어 등 근대 로망스어(Romance languages, 통속라틴어를 기원으로 하는 여러 언어)의 밑거름이 됐다.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는 영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발견된다. 특히 영어가 제2 언어 역할을 하는 나라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중간언어(interlanguages)’가 새로 부상하고 있다. 영어의 특성이 현지어 및 그 발음의 특성들과 혼합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좋은 영어 말하기 운동(Speak Good English Movement)’을 통해 표준 영국영어의 사용을 장려하려 애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싱글리시(Singlish)’로 불리는 혼성영어가 거리와 가정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남아 있다. 영어와 스페인어의 혼합인 스팽글리시(Spanglish)는 미국 내 수백 만 언어 사용자의 모어(native tongue)다. 이 변종 언어가 독자적인 언어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구글 번역 같은 자동번역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면서 국제적 기업과 정부 기구의 회의에서 사용되는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영어를 대체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잉글리시’가 여러 가지 영어 중 하나가 될 듯하다.

20세기 초를 돌아보면 ‘인정된 발음’으로 알려진 억양을 구사하는 잉글랜드 지역의 표준 영어가 가장 권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원어민이 가장 몰려 있는 곳은 미국이다. 세계 각지에서 미국 영어가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can I get a cookie’(영국식 could I have a cookie), ‘I’m good’(I’m fine, 괜찮아 사양하겠어), ‘did you eat’(did you have), movies(cinema), ‘셰줄’ 대신 ‘스케줄’로 발음하는 schedule 등. 미래에는 영어라고 하면 미국 영어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컴퓨팅 분야에선 이미 disc와 programme 같은 영국 스펠링보다 disk와 program 등 미국 철자를 더 많이 사용한다. 미국 용법이 디지털 세계를 지배하게 되면 favorite(영국식 favourite), onut(doughnut), dialog(dialogue), center(centre) 같은 미국식 철자가 더 널리 받아들여질 것이다.

20세기에는 사용자가 없어지면 영어 방언도 사라진다고(English dialects were dying out with their speakers) 우려됐다. 당시 멸실 위기의 단어들을 수집해 보존하려는 취지로 영어방언조사(Survey of English Dialects, 1950~1961) 같은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BBC 방송도 2004년 보이스 프로젝트(Voices Project)라는 비슷한 조사를 실시했다. 갖가지 현지 억양과 지방 용어가 발굴돼 온라인에 공개됐다. 방언 어휘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보여준다.

‘유행하는 싸구려 의상과 장신구를 착용한 젊은이’라는 의미로 pikey, charva, ned, scally 등 다수의 방언 어휘가 수집됐다. 하지만 chav라는 단어는 잉글랜드 전역에서 발견됐다. 런던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이용되는 남동부 하구 영어(Estuary English)의 특징이 특히 젊은 세대에서 현지 방언을 어떻게 대체하는지 보여준다.

20세기 초는 규칙과 정착의 시기였다. 표준영어의 규칙이 확립돼 문법책과 ‘역사적 원리에 따른 옥스퍼드 신영어 사전(New Oxford English Dictionary on Historical Principles)’으로 체계화됐다. 사전은 1884~1929년 시리즈로 발행됐다. 요즘엔 탈표준화 과정이 진행되고 상충되는 용법 규범이 부상한다.

온라인 세계에선 일관성과 정확성이 엄격하지 않다. 변형 철자가 받아들여지고 마침표가 생략되거나 다양한 반응을 전달하기 위해 용도 변경된다. 조사 결과 온라인 대화에선 느낌표가 사과, 도전, 감사, 동의, 연대 표시 등 갖가지 감정표현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대문자가 분노 표시에 사용되고, 틀린 철자가 유머를 전달하거나 그룹 ID를 이루고, 스마일 얼굴이나 이모티콘이 다양한 반응을 나타낸다.

갈수록 짧아진다

언어 대신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이모티콘 그림문자(emoji pictograms)의 개발과 채택이 갈수록 늘어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영어를 이용한 의사소통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급변하는 소셜미디어 세계도 신어(neologisms)의 생성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최근 새로 추가된 단어들이 단적인 증거다. mansplaining(남자가 잘난 체하며 여성에게 설명하는), awesomesauce(굉장히 멋진), rly(really 줄임말), bants(놀리기), TL;DR (too long; didn’t read, 너무 길어서 읽지 않았다) 등이다.

단축형·두자어·혼성어·약어는 오래 전부터 영어에서 단어형성의 생산적인 방법이었다(가령 omnibus의 줄임말 bus, smoke와 fog의 합성어 smog, self-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의 두자어 scuba 등). 하지만 그와 같은 신어의 급증은 2115년에는 영어에서 그런 표현의 비중이 훨씬 더 커지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단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의심할 여지없이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듯하다.

- 사이먼 호로빈 / 번역 차진우

[ 필자 사이먼 호로빈은 옥스퍼드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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