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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직격인터뷰 29회

박창환 경정 "시위 때 쇠파이프…물리적 고통보단 심리적 고통 더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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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온
김하온 기자 중앙일보 기자

지난 11월 14일 광화문 도심에서 ‘민중총궐기’ 집회가 있었다. 시위대와 경찰이 과격해지고 부상자까지 발생하는 상황이 나타나자 경찰은 오는 5일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금지했다. 하지만 경찰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오면서, 지난 시위 때 일어났던 참상이 반복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12월 3일 오후 5시에 생방송 된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직격인터뷰’ 29회에서는 서울경찰청 경비3계장 박창환 경정이 출연했다. 박 경정은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함께 시위현장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방송에서 박 경정은 시위 현장에서 나타나는 폭력 형태와 이에 대처하는 경찰의 애로사항, 그리고 폭력 시위의 근절 방안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박창환 경정의 일문일답 전문.

-지난 11월 14일 의무경찰이 도심 폭력 현장을 찍은 짧은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시위대가 경찰을 적으로 보고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경비 경험이 많은 경찰관으로서 우리 경찰에게 가장 두려운 폭력은 무엇인가.
"시위대와 접촉하는 것이다. 우선 요즘 경찰관에게는 진압봉이 없다. 봉을 소지할 경우 불가피하게 시민들의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불필요한 공세적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관은 방패를 사용한 수비 위주의 진압을 한다."

-경찰은 어떤 무장을 하나.
"우선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을 쓰고 야광조끼를 입는다. 야광조끼 위에는 일종의 방탄복 같은, 충격을 흡수해주는 보호장비가 있다. 헬멧 아래에는 얼굴을 가려주는 플라스틱 보호막이 있고, 무릎에도 보호장비가 있다. 가장 주가 되는 보호장비는 방패다."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경우도 있고, 철제 사다리로 버스 위의 경찰을 공격하기도 하고, 새총도 쏘더라. 무엇이 가장 두렵나.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 대 사람으로 시위대와 접촉을 했을 때이다. 왜냐면 접촉했을 때 경찰관은 방어밖에 못하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쇠파이프나 무기를 가지고 때리고 공격하지만 경찰관은 수비만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경찰관이 많이 다치게 돼서, 캡사이신(capsaicin)을 고안해냈다."

-캡사이신은 일종의 최루액이라고 알고 있다. 캡사이신은 무슨 용도인가.
"이격용, 즉 시위대와 경찰관의 거리를 떨어뜨리는 용도다. 시위대와 경찰관이 가까우면 경찰이나 시위대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위대가 폭력을 휘두르며 가까이 접근할 때만 사용하지 멀리 있을 때는 안 쓴다. 캡사이신의 경우 경찰관 모두에게 개인별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수 마다 배치되어서 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위를 보면 캡사이신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캡사이신은 눈이나 얼굴에 들어가야만 효과 있다. 따라서 시위대가 복면과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이면 얼굴에 맞지 않고 몸에만 맞아 효과가 없다."

-사진을 보면 어떤 사람은 모자와 복면, 그리고 물안경을 썼더라. 시위대가 복장을 무장하면 경찰의 유일한 장비인 이격용 캡사이신이 효과 없겠다. 그러면 접근이 쉬울 텐데, 접근해서 시위대에게 맞게 되면 충격은 어느 정도인가.
"나도 맞아본 적이 있다. 보호 장비를 입고 쇠파이프에 맞아봤는데, 보호 장비가 좋아서 물리적으로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매우 고통스럽다. 시위대는 집단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매우 위협적이고 순식간에 공격하기 때문에 경찰관에겐 두렵다."

-경찰 한 명이 고립되어 시위대 몇 명에게 몰리게 되면 방패도 무력해지지 않나.
"그 경우 시위대는 방패와 보호장비를 뺏고 경찰을 구타하기도 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월 14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경찰관 한 명이 태평로 사거리에서 시위대에게 잡혔고, 시위대가 그 경찰관을 방패 삼아 살수차가 있는 방면으로 나아갔다고 들었다."

-사진을 보면 팔에도 보호장비가 있는 것 같다.
"팔을 사용해 긴급한 순간에 방어하는 용도이다."

-경찰은 주로 어떤 공격에 의해 부상을 입나.
"이번 11월 14일의 경우, 종로구청입구사거리에서 경찰관 두 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차 벽 위에 경찰관들이 올라가 있었다. 시위대가 차 벽을 넘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시위대가 속칭 '빠루(배척)'로 보도블록을 깨서 경찰관에게 집중적으로 던졌다. 그것을 맞고 경찰관이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버스로 차 벽을 설치한 이유는 시위대가 금지된 구역으로 행진을 못하게 하기 위함인가.
"그렇다. 시위대와 경찰관이 부딪히게 되면 서로 다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관이 몸으로 막지 않고 기구인 차 벽을 통해 막는 것이다. 즉, 불상사인 부상 막기 위함이다."

-동영상을 보니 경찰관이 버스 위에 올라가서 근무하기도 하더라. 왜 올라가 있는 것인가.
"원래는 차 벽을 설치하고 지휘관 소수만 버스 위에 올라간다. 동영상 속 경찰관들이 버스 위에 올라가 있었던 이유는 시위대가 공성전 하듯 차 벽을 넘고 청와대로 진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다리를 못 올리게, 시위대가 차 벽을 못 넘게 하기 위해 방어중이었다."

-지난번 동영상을 보니 정말 공성전을 하더라. 로프로 버스를 흔들어서, 혹은 경찰관을 철제 사다리로 찔러서 경찰관이 버스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
"내가 알기론 외국에서는 경찰관을 떨어뜨리기 위해 시위대가 로프를 연결해 버스를 흔들거나 사다리로 경찰관을 폭행해 경찰관이 떨어질 위험이 생기면, 살인죄와 같은 무거운 형벌을 내린다고 알고 있다."

-이런 철제 사다리와 새총, 배척 같은 도구는 사전에 구비하지 않으면 시위 중엔 못 구하는 것들 아닌가.
"시위 용품은 시위대가 사전에 치밀하게 조직적으로 계획해 준비해 놓은 것이다."

-경찰관들이 버스 위에서 카메라로 체증작업을 한다고 알고 있다. 이는 폭력을 가하는 시위대에게 이후 사법적 대응을 하기 위함이라고 안다. 체증작업을 하는 경찰을 공격하는 사람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아직 그 방안은 검토 중이다. 만약 시위대가 사다리에 올라오기 전이면 사다리를 밀어버리고, 그렇지 않다면 미끄러지게 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덧붙이자면 이 사진에 나와있는 경찰 버스는 수송용 버스이다. 차 벽 트럭은 따로 있다. 차 벽 트럭은 함부로 올라올 수 없게 만들어져 장비가 매우 높다. 이것을 더 구매해 설치할 예정이다."

-병원에 입원한 동료나 후배 경찰을 위문할 때 느끼는 심정을 말해 달라. 또한, 젊은 의무경찰의 심정은 어떠한가.
"경찰관으로 실제 이 상황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나라가 과연 법치주의 국가인가 의심하게 된다. 이 상황은 아비규환의 전쟁터와 똑같다. 경찰관은 공공의 안전질서라는 정신으로 견디지만, 의경들은 군복무 대신으로 근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적 충격이 더 크다."

-경찰의 가족들도 많이 걱정하지 않나.
"나의 어머니도 큰 집회가 있을 때마다 매우 걱정한다."

-마지막으로 불법 폭력 시위 근절 대책에 대해 한 마디를 해달라.
"우리나라 시위문화는 잘못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시위를 하면 경찰관에게 해코지를 하고 차 벽을 넘고 가야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관행이 있다. 이런 관행은 시위 목적 달성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어떻게 보면 이는 경찰에게 분풀이만 하고 집에 가는 것이다. 목표에 맞는 평화적 행진과 합법적 수단을 이용한 시위를 했으면 좋겠다. 경찰에게 분풀이를 하고 폭행으로 언론에 이슈를 만드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정리 김유진 인턴기자 kim.yoojin@joongang.co.kr
촬영 김세희·공성룡·최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