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얘들이 1000억…카카오 통해 본 이모티콘 시장

중앙일보

입력 2015.12.03 00:53

업데이트 2015.12.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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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07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티키몬스터랩이란 창작 스튜디오를 낸 부창조(36)·최림(36) 공동창업자는 요즘 창사 이래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대표 캐릭터 ‘스티키몬스터’를 내세운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관련 피규어도 제작한 디자인계 유망주였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낮았다. 하지만 올해 초 스티키몬스터가 카카오톡 이모티콘 숍에 입점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중년 여성에서부터 중고교생들이 스티키몬스터 이모티콘을 다운받아 사용했고,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는 훌쩍 뛰었다. 인기에 힘입어 처음처럼(소주)·스무디킹(음료)·아리따움(화장품매장)과 협력한 제품이 나왔고 모두 삽시간에 완판됐다. 부창조 대표는 “이모티콘으로 수익을 얻는 것은 물론 캐릭터 이름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도 됐다”고 말했다.

카톡 이모티콘 숍에 ‘작품들’ 입점
경쟁 치열 … 깐깐한 심사 통과해야
개당 2000원, 매달 2700만 명 찾아
작가 1000여 명 … 스타 여럿 떠올라
한 명이 한 달에 수천만원 수익도
인기 힘입어 기업서 제작 주문까지

 채팅하는 사이 사이에 장난스럽게 주고 받는 이모티콘이 재미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회사 방침상 밝히기 어렵지만 카카오톡 내 ‘이모티콘 숍’ 등 전체 이모티콘 시장 규모는 연간 1000억원대, 연관 상품까지 합하면 3000억원대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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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숍엔 이모티콘(세트당 2000원) 3000여 종류가 사용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매달 2700만 명이 이모티콘을 사기 위해 이 모바일 상점을 방문한다. 카카오에 따르면 사용자 3800만 명 중 하루에 1000만 명이 대화에 이모티콘을 삽입해 소통한다. 월 평균 20억 개의 이모티콘이 발신되고, 받는 사람은 이보다 몇 배 많다. ‘헤비유저’로 분류되는 이모티콘 사용자들은 평균 20세트의 이모티콘을 구매해 번갈아가며 사용한다는 분석이다. 이모티콘 당 2000원이니 4만원을 오로지 톡을 주고받는데 쓰고 있는 것이다.

 4년 전인 2011년 12월 카카오가 웹툰 이모티콘 6개를 확보해 장사를 시작할 때만해도 시장이 이 정도로 클 줄은 아무도 몰랐다. 서비스를 준비하면서도 “돈이 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서비스의 부가적인 ‘재미요소’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당시 팀에 있었던 카카오의 지주현 기획자는 “텍스트를 주고 받는 것은 잘되지만 모바일의 특성을 살린 재미 요소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고민하던 중 팀 디자이너가 ‘요즘 인기 있는 웹툰을 넣어보자’고 제안해 시작됐다”고 탄생 비화를 소개했다.

 이에 따라 다음 포털 만화세상에서 활동을 하고 있던 강풀 작가, 네이버의 이말년과 노란구미 작가의 웹툰 캐릭터들이 첫 이모티콘 상품으로 등록됐다.

 숍 기획팀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해 보니 주고받는 대화에 잘 녹아드는 느낌이 있어 ‘이건 되겠다’는 확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내에서는 “누가 이걸 1000원(당시 가격)에 사겠냐”며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섭외된 작가들조차 이모티콘 숍의 콘셉트를 이해하지 못해 설득하는데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시작은 의문투성이었지만 이모티콘 숍은 이제 카카오의 효자 플랫폼으로 제몫을 하고 있다. 특히 콘텐트 창작자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가능성도 크다. 카카오 아이템 숍에서 ‘밥벌이’를 하는 일련의 작가군이 생겼고 이모티콘을 기반으로 한 제품 출시도 활발하다. 이 플랫폼을 통해 스타 이모티콘 작가도 여럿 나왔다. 카카오 브랜드익스피리언스(BX)팀에서 직접 기획해 기본 이모티콘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 프렌즈’를 제외하고 1000여 명 이상의 개인 작가 혹은 팀이 카카오 이모티콘 숍 플랫폼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 중엔 월 수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대박 작가도 여럿이다. 지난 4년간 가장 많이 팔린 이모티콘은 ▶캣츠멜로디 ▶페리테일 ▶나이스진 ▶낢 등이다.

 ‘캣츠멜로디’의 천경화(35) 작가는 “약 4년 동안 시즌 특별판까지 7~8종을 출시했는데 매달 월급 수준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천 작가는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공백이 길었는데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천 작가는 “이모티콘 작가 지망생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인기 이모티콘을 그릴 수 있는지, 입점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e메일을 수없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캐릭터를 만들어 달라는 기업의 러브콜도 잦다.

입점 경쟁도 치열하다. 카카오 이모티콘 숍 입점 신청 사이트엔 매주 30~50건의 신규 이모티콘이 접수된다. 카카오는 심사단을 두고 이들이 일정한 기준(선정성, 적격성, 표절 여부 등)을 충족하는지를 판단해 입점 여부를 결정한다. 숍에 들어올 수 있는 이모티콘은 한달에 50건으로 한정돼 있다.

 활동 작가 중에는 미술관련 전공자들이 많지만 평범한 주부나 일반 회사원들도 자주 도전을 한다. ‘그것들의 생각’이라는 이모티콘으로 지난해 말 입점한 이치성(32) 작가는 페이스북에 취미로 올리던 카툰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휴대전화나 스테이플러 같은 일상적 사물을 의인화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를 그린다. 이씨는 미술 전공자지만 현재는 IT 기업에서 사업개발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이 작가는 “여름 휴가 때 한 번, 겨울 휴가 때 한 번 총 2세트의 이모티콘을 등록했다”며 “내 이모티콘을 마음에 들어한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도 진행해 부수입도 올리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수익 배분은 다소 복잡하다. 이모티콘은 디지털 아이템으로 매출의 30%를 애플과 구글 숍에서 떼간다. 나머지 70%는 카카오와 작가가 분배하는 구조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절반 이상을 작가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모티콘이 작가에게 지속적인 수익 창출 기회가 된다면 이용자에겐 풍부한 감정 표현의 수단이다. 젊은 층에선 보유하고 있는 이모티콘 중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을 골라 대화하는 경우도 흔하다.

 카카오 이윤근 매니저는 “이모티콘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수만가지 넘는데 사용자들은 이중 하나를 골라 말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창조 대표는 “미키마우스나 도널드덕 같은 기존의 유명 캐릭터는 이미 성격이 형성돼 있고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도 갖고 있어 ‘제3자’라는 느낌이 강하다”며 “반면 신생 이모티콘은 내 말을 대신해주는 ‘분신’의 느낌이 있어 친밀도와 호감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앞으로 이모티콘 사업을 더욱 다각화 할 예정이다. 기업 대상으로 이모티콘 제휴를 확대하고 내년 초엔 기업용 쿠폰 구매 사이트를 오픈한다.

 카카오의 김희정 톡아이템파트 부문장은 “이모티콘 작가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탄탄한 작가 10만 명을 육성하는 게 목표”라며 “이모티콘 전반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해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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