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방과학기술 세계 9위…KF-X 기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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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이 미국의 81%로 세계 9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기술품질연구원(기품원)이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주요 16개국 기술 수준을 평가한 결과다. 기품원(원장 이헌곤)이 2일 발표한 『2015 국가별 국방과학기술수준 조사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휘통신·감시정찰·기동·함정·항공/우주·화력·방호·기타 등 8개 조사 대상 모든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국가별 주요 개발무기체계와 주요 연구기관 및 업체, 기술개발 동향을 조사한 뒤 전문가들의 설문을 통해 진행했다. 기품원 관계자는 "8대 분야별 기술수준뿐만 아니라 26개 무기체계별 기술수준에서도 미국은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준을 100으로 봤을때 한국의 종합적인 수준은 미국의 81%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품원은 평가했다. 이는 2012년 조사에 비해 한단계 상승한 것으로,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품원 관계자는 "국방과학기술 수준의 상승에는 8대 분야 중에서 지휘통제통신, 기동, 함정, 화력 및 항공우주 분야가 주요 견인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와 러시아, 독일이 각각 2, 3, 4위로 꼽혔다. 이어 영국이 5위, 일본 6위, 중국 7위, 이스라엘 8위로 집계됐다. 스웨덴은 10위를 기록해 한국보다 한단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전차 등 기동분야에선 8위를 기록해 평균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감시·정찰(11위)이나 항공우주(10위)분야에선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품원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7·8위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항공이나 감시정찰 분야에서 분발한다면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총성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사이버전의 체계 기술은 11위(미국의 82%)를 기록해 IT강국의 체면을 구겼다. 이는 이란(공동 9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전체 7위를 기록한 중국이 이 분야에서 2위(미국의 93%)를 기록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본 역시 이 분야에선 6위(미국의 85%)로, 한국보다 한 수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군 관계자는 "한국이 IT강국이기는 하지만 사이버전에 대비한 준비가 늦었고, 사이버사령부 등 관련 부처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전 세계는 사이버 전쟁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대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핵심기술인 능동위상배열(AESA)레이더와 적외선 감지 등 센서(EO/IR) 기술은 3년전보다 최고 선진국(미국)에 비해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조사서는 한국의 레이더체계와 관련한 기술은 최고선진국(미국) 대비 78%수준으로 12위권으로 분류했다. 이는 2010년 73%보다 격차가 좁혀졌지만 당시엔 10위였으나 이번에는 12위로 밀려, 다른 나라들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제자리 걸음을 했다는 방증이다.

조사서는 "지상용 수동위상배열 다기능 레이더와 지상과 함정용 선형 능동위상배열 다기능 레이더의 국내개발을 완료했고 선진국 수준의 레이더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개발을 추진중에 있다"며 "하지만 최고선진국(미국)은 첨단 성능의 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2012년 대비 격차는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2012년에 AESA레이더 개발을 한 뒤 추가 투자가 없었던 탓"이라며 "2006년부터 축적해온 기술이 있기 때문에 KF-X 개발에 전력 투구할 경우 한국형 전투기에 탑재할 레이더를 개발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EO/IR과 관련해선 최고선진국 대비 79%수준으로 11위를 기록했다. 조사서는 "기동, 함정, 무인기, 방공 및 유도무기 등에 적용 가능한 주요 센서 개발경험을 보유했지만 최고 선진국은 미광증폭기술을 적용한 3세대 증폭관 개발등으로 최고 선진국과 격차가 벌어졌다"고 적었다.

3년마다 발간되는 국가별 국방과학기술수준조사서는 국방 연구개발 정책수립과 연구개발 투자방향 수립을 위한 정보제공 목적으로 합동참모본부와 각군 그리고 국방관련 각 기관에 배포될 예정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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