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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정상칼럼쇼 28회

카를로스 "브라질 K-POP 팬들, 공연 몇 달 전부터 텐트치고 줄 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JTBC '비정상회담'에 브라질 대표로 출연 중인 카를로스 고리토(29)가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비정상칼럼쇼’에서 '브라질의 한류 열풍'을 소개했다. 이날 방송은 지난달 5일 본지에 기고된 칼럼 ‘[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머나먼 브라질에서 왜 한류가 뜨거울까’를 화두로 시작됐다. 방송에는 JTBC 비정상회담에 함께 출연 중인 알베르토 몬디(31·이탈리아)와 새미 라샤드(26ㆍ이집트)도 참여했다. 이들은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과 각국의 한류 문화를 소개하고, 한류 확산 방안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비정상’멤버와의 일문일답 전문.

-브라질에서의 한류를 소개해 달라.
카를로스 “브라질에서는 케이팝(K-POP) 열풍이 싸이 강남스타일 전 후로 나뉜다. 강남스타일 전에는 케이팝을 대중문화로 볼 수 없었지만, 싸이 이후로는 우리 할머니도 케이팝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카를로스, 그 뚱뚱한 한국인 인기가 아주 많니?’ 하고 물어보셨다. 케이팝이 브라질에서 인기를 얻게 된 첫 번째 이유는 힙합을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조금 더 특별해지고 싶은 심리에서 시작되었다. 보통 브라질 사람들은 브라질이나 미국 노래를 좋아하는데, 몇몇은 스스로 케이팝을 들으면서 ‘나는 남과 다르다’고 믿는 것 같다. 두 번 째 이유로는 한국 아이돌들은 매우 순수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가수는 순수한 이미지의 사람이 별로 없어서 브라질 사람들 중 스스로 순수한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케이팝을 즐겨 듣는다. 세 번째로, 케이팝은 콘텐츠의 질이 매우 좋다. 음악뿐만 아니라 의상과 뮤직비디오도 매우 질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나라인 브라질에서 케이팝이 인기가 있다고 하니 놀랍다. 이러한 현상이 궁금해 동영상을 찾아보니 정말 브라질 소녀들이 케이팝에 열광하고 있더라.
새미 “분명 한국말을 모르는데 모두 한국 가사를 따라 부른다. 한국어는 몰라도 한국어 가사는 외울 거다.”
카를로스 “케이팝 팬들은 공연 전 콘서트 홀 앞에서 몇 개월 전부터 텐트에서 잔다. 선착순으로 자리를 정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도 케이팝 인기가 있나.
새미 “나는 중동 아프리카에서 유일한 한국어학과에 다녔다. 그때 같이 다니던 선배나 동기들에게 ‘왜 다른 학과 아닌 한국어학과에 왔냐’라고 물어보자, 대부분 한류를 이유로 꼽았다. 내가 물어본 사람의 90% 정도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여자 배우가 왜 울었는지, 남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어를 공부하다가 한국어학과까지 들어오게 됐다더라. 한국어학과가 발전하면서 이집트에서 한국문화가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래서 2009년부터는 케이팝 대회가 생기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이곳에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히잡을 쓰고 한국 가수와 똑같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내 친구들이 이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아 스페인까지 가기도 했다. 친구들은 스페인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열리는 케이팝 대회에 나가 공연했다.”
알베르토 “우리는 좀 다르다.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 아이돌이나 보이밴드나 걸그룹이 없다. 아주 잠깐 미국의 보이밴드가 인기 있었지만, 얼마 안가 인기가 없어졌다. 원래는 한국의 케이팝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지만, 역시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조금 알려지게 되었다. 강남스타일이 한국노래로는 처음 이태리 가게에서 흘러나왔을 것이다. 아직 케이팝이 대중적이지는 않아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 카를로스가 앞서 케이팝이 브라질에서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로 한국 가수들이 순수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가수들은 스캔들이 많이 난다.
카를로스
“한국에서 일어나는 스캔들은 브라질에서 스캔들도 아니다. 한국의 스캔들은 브라질에 비해 너무 순수하다. 한국의 스캔들은 그저 누굴 사귄다거나, 헤어졌다거나, 사진이 잘못 찍혀 사과하는 정도다.”
새미 “한국 가수들은 무대에서 매우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외국 팬 눈에는 더욱 순수해 보일 것 같다.”

-한국에서는 연예인 개인사에 아주 관심이 많다.
알베르토 “우리도 연예인 개인 생활에 대해 관심은 많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내리지 않는다. 누군가가 바람피웠다고 해도, 바람피웠다는 사실만 보지 그 사람을 나쁘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어떤 연예인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해도 이에 대해 대중이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음주운전은 범죄 아닌가.
알베르토 “범죄지만, 그에 따른 면허증 취소나 벌금 같은 처벌을 받기 때문에 팬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엄격하다.
카를로스 “너무 과하다. 아무리 공인이어도 그도 사람이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죄에 따른 죗값을 치렀다면 괜찮다.”

-우리가 한류 전파를 위해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가.
카를로스 “먼저, 한국 콘텐츠의 로열티를 키워야 한다. 또한, 더 많은 공연투어와 전시회를 열어야한다. 공연은 조금씩 많아지고 있긴하다. 하지만 아직 그 수가 부족하다. 브라질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집트에서 한국 문화를 더욱 전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카를로스 “요새 이집트에는 한국 드라마나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 예능도 팬도 많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이 모두 한국어를 공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콘텐츠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면 한류 확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알베르토 “이탈리아 사람들은 케이팝에는 관심없지만, 한국 영화에는 관심이 많고 한국영화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김기덕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매우 스타이고, 그의 작품이 나오면 모든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상영한다. 피렌체에는 한국 영화만 상영하는 한국 영화제가 생겨 벌써 5년째 진행 중이다. 이태리에서 한류를 전파하려면 음악보다는 영화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예술 영화에 집중하면 좋겠다. 물론 영화 번역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정리 김유진 인턴 기자 kim.yoojin@joongang.co.kr
촬영 이진우·양길성·최영권